[인터뷰] 김병준 “박근혜 시대 평가 통해 당 혁신하겠다”

입력 2018-07-25 18:14 수정 2018-07-25 22:36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의 최우선 현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당 혁신 과정에서 ‘박근혜 시대’ ‘박근혜 탄핵’에 대한 평가와 정리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극복해야 한국당의 새로운 가치 정립도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로는 책임지는 정치를 할 수 없다. 당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김병준 계파’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상향식, 하향식 공천 양쪽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며 젊은 보수, 신진 정치인들이 양성되도록 공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무현정부의 브레인’에서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결정적 이유는.

“딴 거 없다. 그저 ‘이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데’ 하는 걱정에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국무총리 제안을 수용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대통령 탄핵과 상관없이 국가 관리 시스템은 돌아가야 하는데, 무대책으로 멈춰있지 않았나. 이번에도 한국당 비대위가 성공할 가능성은 많이 봐야 반반이다. 잘못하면 내 무덤이 되겠지만 이대로 두기에는 나라가 걱정됐다.”

-오늘 공식 출범한 비대위가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할 부분은.

“당의 기치와 깃발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당이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했다. 시대의 변화에 뒤처졌다. 역사적 흐름을 따라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과거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가치를 세워나갈 것인가.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당원들과 대화하는 공론의 장을 많이 만들 것이다. 소통의 구조 구축이 중요하다. 나 혼자 깃발을 세워도 당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나에게 국가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보충성의 원칙’이라고 답하겠다. 시장과 공동체의 자율을 우선으로 하되 이것들이 보장하지 못하는 소득 불균형과 기회의 균등, 안보와 안전 문제 등을 국가가 보충적으로 메워줘야 한다는 의미다.”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 시대와 탄핵에 대한 평가,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이 요청할 수 있다. 예민한 문제지만 어떤 형태로든 당 차원에서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탄핵 자체만이 아니라 탄핵 이전에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실수나 잘못을 한 이유, 국정 능력이 높지 않다는 분이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까지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당내 불협화음을 만들어도 곤란하다.”

-결국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우리나라만큼 인적 청산을 자주 하는 데가 없다. 선거 때마다 현역 의원의 25∼30%가 바뀐다. 중요한 것은 무슨 기준으로 사람을 바꿀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너는 어느 계파니까 그만둬라’는 식은 안 된다.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철저히 시스템에 의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쇄신이 본격화되면 진영·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계파 논리가 되살아나서 큰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만약 가치나 이념 성향 때문에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계파 갈등이 아니라 가치 논쟁일 것이다. 그런 싸움은 오히려 환영한다. 부딪히지 않는 정치가 어디 있겠나. 지금까지의 계파 논쟁 같은 건 결국 선거에서 이기려고 자기들끼리 싸운 것 아니었나. 그래서 선거 때마다 대패한 쪽은 국민이었다.”

-공천 시스템 개혁 방안이 있다면.

“지금 구조 속에서는 상향식, 하향식 공천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 상향식은 기존 의원들에게 유리하고,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은 계파를 만든다. 해결 방안은 있다고 보지만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

-청와대가 야권에 협치 내각을 제안했는데.

“연정도 대연정·소연정이 있는데 도대체 누구하고, 어떤 수준으로, 어떤 내용의 협치를 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누가 ‘공부하러 가자’는데, 공부야 좋지만 무슨 공부를 어디서 얼마나 할지 모른다면 어떻게 답을 할 수 있겠나.”

지호일 이종선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