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전쟁 피해 농가 120억 달러 지원”

입력 2018-07-26 04:04
미국 네브래스카주 애슐랜드의 옥수수농장 축사 벽면에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중국 등과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본 농민을 위해 1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미국 농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농축산가에 최대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2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팜벨트(농업지대)’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치로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의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은 농축산가들은 오는 9월부터 정부의 자금 지원을 직접 받거나 잉여생산물을 정부에 팔 수 있게 됐다. 콩 옥수수 밀 과일 돼지고기 유제품 등 모든 농축산물이 보조금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미 농무부는 이번 지원이 일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 농무부는 별도의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금융공사(CCC)를 통해 보조금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뉴딜정책 중 하나로 설립된 CCC는 농가에 대출이나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농업인연맹은 “많은 농축산업자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는 격한 반발이 쏟아졌다. 특히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의원들이 보조금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팜벨트에 속하는 위스콘신주의 론 존슨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경제가 점점 소비에트 경제를 닮아가고 있다”며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자유무역”이라고 비판했다. 네브래스카주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무역전쟁으로 농민들의 다리가 잘리고 있는데, 백악관 계획은 120억 달러로 황금 목발을 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 관세 정책에 대해 “중국은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농민들을 표적으로 삼아 미국을 계속 이용하려 한다”고 25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어 “그들은 악랄하게 굴고 있지만 어떤 시도를 하든 실패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에) 친절하게 대했지만 여기까지”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