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무사의 하극상도, 국방부 장관의 리더십도 문제다

입력 2018-07-26 04:00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간부들이 방송으로 생중계 되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충돌한 것은 명백한 하극상이다. 기무사 개혁에 반발하는 기무사의 조직적인 반발이자 저항이다. 기무사 개혁에 앞장서는 장관의 권위와 리더십을 흔들어 개혁을 막으려고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대령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국방부 주요간부회의에서 “(기무사의)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부인하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사실 여부는 규명해야겠지만 군이 언제부터 상급자와 하급자가 공방을 벌이고 내부 회의 내용을 공개해 왔는가.

군은 상명하복과 기강이 생명이다. 기무사는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이를 무너뜨렸다. 앞으로 하급자가 상관에게 자기주장을 펴고 회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도 놔둘 것인가. 특히 공개석상에서 일개 영관급 장교가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은 건군 이래 초유의 일이다. 다른 기관이나 조직이라면 몰라도 군은 그러면 안 된다. 군은 자기 생각과 달라도 상관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조직이다. 작은 곳에서부터 군 기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전쟁이 나도 상관의 지시를 듣지 않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행동할 것이다.

기무사령관은 계엄령 문건에 대해 20여분 정도 송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한 반면, 송 장관은 5분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기무사령관의 주장대로 20분간 보고를 했다면 송 장관이 기무사령관의 중요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송 장관의 주장대로 5분간 특별한 강조점 없이 보고됐다면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국방위 회의에 수사 대상이 되는 기무사 인사들까지 참석하고 미리 진술서를 준비해 온 것을 보면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모습마저 엿보인다. 이럴수록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기무사 사무실과 관련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필요하다. 기무사 개혁위원회도 적극 가동해야 한다.

군내 최대 권력기관인 기무사 개혁은 장관의 리더십 문제나 거취와 상관없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중대한 문제다. 송 장관도 3월 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령 문건 보고를 받고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채 6월 28일에야 8쪽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67쪽의 세부자료도 특수단 수사로 존재가 확인된 후인 지난 19일에야 제출했다. 판단과 보고에 문제가 있다. 이번 기무사 간부들과의 공방으로 리더십에 큰 타격도 입었다. 경질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