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고용 악화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대외 교역조건마저 3년7개월 만에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0으로 전월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4월(100.8)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하락폭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치(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 인식이 과거(2003년 1월∼지난해 12월) 평균보다 긍정적임을, 기준치보다 낮으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가 나빠진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있다. 이달 들어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이 격해지면서 한국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5, 6월 신규 취업자가 크게 줄어드는 등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의 재정상황과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세부 지표들도 모두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전월 대비 7포인트 내린 77, 향후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9포인트 떨어진 87을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지수는 2포인트 하락한 99였다. 이 지수가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해 4월(99) 이후 처음이다. 소비지출전망도 2포인트 내린 105로 집계됐다. 취업기회전망지수는 6포인트 떨어진 87로 지난해 4월(86)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여기에다 교역조건도 나빠졌다. 한은의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93.29로 전년 동월 대비 7.3% 하락했다. 2014년 11월(92.40)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하락폭은 2012년 4월(-7.5%)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컸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다. 국제유가는 5월에 46.7%나 뛰었다.
무역지수 가운데 수출물량지수는 8.3% 오르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수입물량지수는 1.8% 떨어지며 3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무역전쟁·고용 악화에… 소비심리 文정부 이전 회귀
입력 2018-07-2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