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답이 있다'고 전제하지 않고 '답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고 전제합니다. 성경이 헌법이라면 교회사는 판례이지요. 신학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렇게 신학과 교리의 관점에서 교회사를 바라보니 재미가 없어졌어요. 재미있는 판례가 쌓일 때 사회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말이지요."
최근 서울 마포구 양화진책방에서 진행한 인터뷰 초반, 최종원 교수가 한 말이다.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지성사와 교회사를 강의하는 그는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홍성사)를 펴냈다. 신학적 입장을 배제하고 역사 속에서 구현된 제도라는 관점에서 교회를 읽어내는 책이다. 곧 이어질 중세교회사, 종교개혁사와 함께 3부작으로 준비한 시리즈의 첫 책이다.
초대교회사 서술 곳곳에 21세기 한국교회의 모습을 비춰봄으로써, ‘과거엔 이랬구나’라는 단편적 독서에 머물지 못하도록 자극하는 글쓰기를 선보인다.
그는 초대교회 당시 기독교와 교회를 바라보는 주요 키워드로 인종주의의 극복을 꼽는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이웃을 돕고 사회안전망 역할을 했던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대안적 세계관과 가치관이었다.
최 교수는 “지금도 한국에서 사회복지에 힘 쏟는 기관은 교회이지만 ‘내가 많이 갖고 있으니 베풀어 줄게’라는 온정주의적이고 가부장적 태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초대교회는 철저히 수평적 형제자매 관계를 지향했다. 그는 “헬라인이 아니면 야만인, 유대인이 아니면 이방인 취급하던 관행은 근대 인종주의를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히 인종주의적인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문화와 인종, 혈통을 넘어선 보편의 가치를 지향하며 제3의 인종으로 자리 잡았다”고 부연했다. 이런 특수한 인간관 때문에 핍박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로마가 지향하던 보편을 대체하며 확산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 교수는 한국교회가 외부로부터 도전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반동적인 대응을 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당면 과제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판례를 통해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한국교회는 성경을 근거로 찬반에 대한 당위적인 메시지 전쟁만 벌이면서 성경이라는 텍스트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불거진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일부 기독교인의 포비아적인 반응을 들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입국 아동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에 따라 망설임 없이 비판하지만, 우리 주변의 난민 신청자에겐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서 “이는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타자와 다름에 대한 이해 수준의 극적인 반응이자 준거 기준의 이중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제도 교회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는 이유는 “교회가 타자에 대한 사랑과 감수성을 주장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성경의 유토피아적인 가르침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가르침이 현실에서 호응될 수 있도록 우리의 감수성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에 머물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한국교회와 소통해 온 그는 엘리트와 대중의 간극이 커지고 있는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사회 문화적 질문에 대답할 정당성을 가진 기관이 신학자나 목회자뿐이냐”면서 “그 질문에 다양한 계층이 주체가 돼 답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 교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교회사를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라며 “신앙인이자 역사가로서 과거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 우리의 이야기로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저자와의 만남-최종원 캐나다 VIEW 교수] “초대교회 보면 한국교회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입력 2018-07-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