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기독교 고전의 바다로

입력 2018-07-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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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영성의 깊은 샘으로 불리는 고전들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대표적이다. 크리스천 필독서로 꼽히지만 제대로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며, 우리를 원전 읽기로 이끄는 책들이 나왔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 생명수 같은 샘물을 길어내도록 돕는 두레박 같은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순례를 떠나다/마이클 마셜 지음/정다운 옮김/비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인류 역사상 한 인간이 긴 방랑 끝에 마침내 하나님 앞에 다다르는 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다. 386년 여름, 숙소에 딸린 자그마한 정원에서 고뇌하던 아우구스티누스는 ‘들어라, 읽어라’는 소리를 듣고 성경책을 펼친다. “방탕과 술 취하지 말며…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3∼14)는 구절을 읽는 순간 그는 ‘심령 속에 확신이 밝은 빛처럼 비쳐와 모든 의심의 구름이 다 사라져 버렸다’고 고백한다. 다메섹 도상에서 일어난 바울의 회심만큼이나 유명하고 극적인 회심 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신앙 여정은 이 장면에서 끝난 게 아니라 비로소 시작됐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후 세례를 받고 내적인 성찰의 시간을 거쳐, 성경 연구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탐구에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정직하게 자신을 대면하며 남긴 그의 고백 덕분에 우리보다 앞서 순례를 떠난 무수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돌아올 수 있었다.

‘순례를 떠나다’(비아)의 저자 마이클 마셜 잉글랜드 성공회 주교는 21세기 현대의 순례자들을 위해 아우구스티누스를 다시금 불러낸다. 그의 발자취를 뒤따라가며 우리가 이 시대 직면해야 할 신앙의 길로 안내한다. 마셜 주교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자신의 복잡한 내면, 때로는 모순적이기까지 한 모습에 대한 정직한 관찰에서 나오는 심원한 통찰”을 보여줬다고 평했는데, 그 역시 아우구스티누스 못지않게 진실하고 정직한 고백을 들려준다.

1960년대 사제 서품을 받고 우울증을 겪다 수도원에서 경험한 회심의 순간, 신앙의 고비마다 마주했던 고민과 번뇌들, 하나님 앞으로 나와 깊은 묵상과 성찰을 통해 길어 올린 깨달음까지 맑고 아름답게 풀어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밑줄 치며 읽게 되는 문장이 가득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칼뱅을 읽다/데이비드 칼훈 지음/홍병룡 옮김/죠이북스

‘기독교 강요’를 이렇게도 요약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대학 강의 요강(syllabus)을 마주한 느낌이다. 책의 각 장마다 일목요연하게 배치한 제목과 부제, 관련 성구와 인용문, 기도문은 기독교 강요를 압축했다. 장마다 ‘읽기’를 뒀는데 쪽수까지 제시하고 있어 ‘기독교 강요’ 최종판(1559)을 인내를 갖고 읽어가도록 안내한다. 이어지는 본문 내용은 누가 칼뱅이고 누가 이 책의 저자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다. 저자는 이 책의 존재 이유를 “기독교 강요를 끝까지 공부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미국장로교(PCA) 교단 신학교인 커버넌트신학교 교회사를 가르친 데이비드 칼훈 명예교수다. 평생 교회역사를 가르쳤고 ‘기독교 강요’ 과목을 25년간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칼뱅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애정은 책 전체에 묻어난다. 그는 칼뱅이 단순히 저명한 신학자가 아니라 교사이자 목회자,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동료 순례자라고 지칭한다.

실제로 칼훈 교수는 “나는 칼뱅을 숭배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교사이자 목회자인 칼뱅을 존경하게 됐다”며 “불치의 암과 싸우며 세계에서 일어나는 혼란하고 무서운 사건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칼뱅이 든든하고 강건한 안내자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강요’는 경건서이기도 하다. 칼뱅은 독자들이 성경의 진리를 깨닫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순종하며 살아가기를 바랐다.

기독교 강요 최종판은 총 4권 80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여기서 주제를 모두 뽑아 26장으로 요약했다. 제목과 부제가 기막히게 어울리는데 성경을 ‘안경’으로, 창조세계를 ‘넓고 찬란한 집’으로, 섭리를 ‘늘 함께하는 하나님의 손길’ 등으로 달았다. 모두 칼뱅의 저작에서 따왔다. 칼뱅의 아름답고 심오한 기도문을 만나는 것은 감동 그 자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전기/조지 M 마즈던 지음/홍종락 옮김/홍성사

책에도 운명이 있다. 때로 어떤 책은 사람보다 극적이고 다채로운 사연을 지닌 채 나이를 먹는다.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전기’(홍성사)는 바로 ‘순전한 기독교’라는 기독교 고전의 생애를 담고 있다. 20세기 기독교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 무신론이 범람하던 서구에서 많은 이를 다시금 신앙의 자리로 돌아오게 만든 책, ‘순전한 기독교’에 얽힌 거의 모든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책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 CS 루이스에 대한 설명에서 출발한다. 알려졌다시피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8월, 영국 공영방송 BBC 전파를 타고 나갔던 루이스의 방송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방송 강연’으로 첫 원고가 묶여 나왔고 1943년 ‘그리스도인의 행동’, 1945년 ‘인격을 넘어서’라는 3권의 소책자로 발간됐다.

이를 ‘순전한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다시 펴낸 계기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1952년 7월 영국 제프리블레스 출판사를 시작으로 그해 11월 미국 맥밀란사에서 발간되기에 이른다.

방송 당시 과정과 반응은 물론 이후 영국에서 대서양 건너 미국에 이르기까지 대중이 보여준 호감과 환호, 또 반대 진영 사람들의 미움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대통령 특별법률고문이자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연루됐던 척 콜슨과 미국 국립보건원장을 역임한 과학자 프랜시스 콜린스 등 유명 인사들이 이 책을 통해 회심한 스토리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균형 잡힌 서술이다. 단순 추앙으로 끝나지 않도록 다양한 비판을 함께 소개한다. 소위 ‘삼중 딜레마’에 대한 존 비버슬루스의 비판, 오늘날 기준에 못 미치는 여성에 대한 서술 문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변증과 복음전도 활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루이스 자신의 삶과 영혼을 쇠약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루이스의 고백(111쪽)이 여운처럼 남는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