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장관이 거짓말 하겠나” vs 기무사 대령 “軍 36년 명예 걸고 답변”

입력 2018-07-25 04:01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뒤에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마이크를 들고 서 있다. 송 장관과 이 사령관은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의 보고 당시 정황을 놓고 각자의 말이 맞는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뉴시스

3월 기무사 계엄문건 보고 때
이석구 사령관 “20분간 보고 장관이 위중한 상황 인정”
宋 “5분 정도 보고받았을 뿐”
소강원 “조현천 사령관이 한민구 장관 지시라며 계엄 절차 검토해보라 말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장교들이 24일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보고 여부와 송 장관 발언 등을 두고 국회에서 낯 뜨거운 ‘진실공방 촌극’을 연출했다. 부하 장교가 송 장관 면전에서 그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송 장관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할 때 송 장관이 바쁘니까 놓고 가라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으며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이 사령관은 “지난 3월 16일 (해당 문건을)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며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고 위중한 상황임을 당시에도 인정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송 장관도 당시 위중한 상황으로 인지했고 20분쯤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송 장관은 당시 이 사령관에게 8쪽짜리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함께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받았지만 지난 6월 28일까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 사령관의 주장대로라면 송 장관은 문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세 달 동안 이를 방치한 셈이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 사령관이 5분 정도 보고를 했는데 계엄 관련 문건이 아닌 지휘 일반 보고를 받았고 해당 문건은 두꺼워 다 볼 수가 없어 놓고 가라고 했다”며 이 사령관이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사령관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할 정도로 보고했다고 하고, 송 장관은 그냥 놓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느냐”고 질타했다.

송 장관이 “기무사 위수령 문건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현직 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간담회에서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민 대령은 “저는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군인으로서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대한민국 대장까지 지내고 국방부 장관을 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합동수사단에서 조사를 한다면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지는 촌극에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그렇게 영이 안서는 국방부가 어디 있느냐”고 한탄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건군 이래 가장 심각한 군 기강 문제가 대두됐다”고 질책했다.

여야는 기무사 문건 자체의 성격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한 달 전부터 계엄 문건을 작성하기 시작했다”며 “정권이 교체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세력이 계엄으로 최순실 사태를 정면 돌파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은 “문건은 시행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계엄을 해서 내란을 벌이겠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계엄령 문건을 직접 작성한 기무사 실무자들은 국방위에서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지시라며 계엄 절차를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기무사 소강원 참모장(소장)은 “조 사령관이 불러 ‘한 장관이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장짜리 원본(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만들고 나서 조 사령관이 한 장관한테 보고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고하라고 67쪽짜리 자료(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같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