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후원금·세비가 사실상 전부… 지역구는 밑빠진 독

입력 2018-07-24 18:12

지역사무소 임대료 큰 부담, 경조사·인건비도 만만찮아
“정치자금 제안 받으면 현실적으로 흔들릴 것”
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고인이 유서에 남긴 것처럼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4000만원을 받을 만큼 사정이 어려웠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직업 정치인의 ‘돈 사정’을 곁에서 지켜본 보좌진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참에 규제가 많은 정치자금법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정당후원회 부활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중앙당이 자체 후원회를 두고 연간 50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헌법재판소가 정당후원회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자금법 조항이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가 바로 노 의원이다. 그는 당시 “정당들이 재정적으로도 국민에게 의존해야 진정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인의 후원금 모금에는 제약이 많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후보자가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은 전국 선거가 있는 해에 3억원, 선거가 없는 해에는 1억5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후원회당 500만원, 연간 2000만원이 한도다. 후보나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고, 법인이나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없다.

별다른 재원이 없는 직업 정치인은 후원금과 세비만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노 의원이 강연료 등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시점은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한 달 전인 2016년 3월이었다. A의원 보좌관은 24일 “노 의원이 유명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돈 사정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담 갖지 말고 정치자금으로 쓰라고 누군가 제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마음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활동에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지역사무소 임대료, 인건비, 경조사비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번화가에 두기 마련인 사무소 임대료라고 한다. 여기에 인건비와 경조사비만 더해도 한 해에 쓰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보좌진은 입을 모은다. B의원 보좌관은 “한 달 월세를 300만원만 잡아도 1년에 3600만원이 들어간다. 지역구가 넓은 경우에는 사무실을 두세 곳 둬야 한다”며 “지역사무소 직원 인건비, 경조사비에 차량운영비나 의정보고서 비용까지 더하면 연간 후원금 1억5000만원은 절대 많은 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후원금 한도 등 규정을 현실화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사람당 5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다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쪼개기 후원 등 편법이 생기게 된다”며 “돈을 죄면 죌수록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 환기시키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C의원 보좌관은 “지금 구조로는 원래 돈 있는 사람이나 지역 관리를 아예 하지 않는 정치인, 아니면 뒷돈을 받는 사람밖에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자금의 입구는 열어놓되 사용이나 출구는 꼼꼼히 검증하는 등 정치자금법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