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익의 핵심인 이자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각종 경영지표도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은 치열한 순위 다툼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없는 형편이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연평균 금리가 5%에 육박하며 가계신용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은행만 이자 장사 잘했다”는 비난 여론에 휩쓸릴 수 있어서다. 은행들은 청년 채용, 사회공헌사업 확대 등을 내세우며 ‘몸 사리기’에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1조79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24일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를 살짝 웃도는 실적이다. 당초 시장에선 신한금융의 상반기 실적이 주춤할 것이라며 1조7253억원을 제시했었다.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당기순이익으로 1조2718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5.2% 늘어난 금액이다. 다만 KB국민은행(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3533억원)에 밀려 ‘리딩 뱅크’ 탈환에는 실패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중기전략 목표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SMART Project)’ 달성을 위한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줄줄이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9150억원에 이르렀다.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규모로 2012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치다.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 증가 등이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상반기에 1조30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역시 지주사 설립(2005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KEB하나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193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5% 증가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우리은행은 사상 최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무돼 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3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984억원)보다 18.8% 뛰었다. 자회사 실적까지 포함한 당기순이익은 1조3059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에 금융지주회사 설립 인가 신청서를 냈다.
은행권이 최대 실적 행진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예대 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얻는 수익)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의 예대금리 차이는 2.35% 포인트나 됐다. 3년6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되고 있다. 4대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0.02∼0.11% 포인트 증가했다.
은행들은 ‘좋은 성적표’의 여파가 ‘예대마진 축소 압박’으로 옮겨갈까 우려하고 있다. 22개 은행장들은 지난 2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54%(약 4600명) 확대하고 7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겠다. 은행산업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상 최대 실적 은행들 ‘이자 장사’ 비판 우려 표정관리
입력 2018-07-2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