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유지 총망라… 실행 가능 수준

입력 2018-07-24 18:20 수정 2018-07-24 21:53
국방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중 ‘계엄선포 결심 조건’. 계엄선포에 필요한 조건들을 항목별로 평가하는 문건이다. 국방부 제공

‘탄핵 기각’ 전제한 부분 없어 빠져나갈 구멍 마련 가능성도
선포 논의 정황 확보가 관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위법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작성 목적까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진보 진영은 촛불집회를 무력 진압하려는 ‘친위 쿠데타’ 목적의 문건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문건엔 명시적으로 탄핵 기각 또는 인용 상황을 전제로 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다. 관건은 수사 과정에서 실제 계엄 선포를 준비하거나 논의한 정황이 확보되느냐다.

기무사 문건은 계엄 선포 및 유지와 관련한 사항을 총망라한 문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건은 계엄 시행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국방부 비상대책회의’ 참석 인원을 최소한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 ‘비상계엄 선포문’ ‘담화문’ ‘포고문’ 등 계엄 선포와 그 이후 계엄 유지에 필요한 문서 양식까지 첨부됐다.

기무사는 또 계엄사령부를 설치할 장소로 7곳을 검토한 뒤 ‘B-1 문서고’(유사시 대통령이 머무는 벙커)를 최적의 장소로 건의했다. ‘중요시설 및 집회 예상지역 방호부대 편성·운용’ 방안에는 기계화사단 6개와 기갑여단 2개, 특전사 6개 부대 이상을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언론매체 보도검열을 위한 인원배치 지침까지 짜여 있다. 실제 계엄 실행을 준비한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명확하게 탄핵 기각 상황을 전제로 한 부분은 드러나 있지 않다. 비상계엄 선포문을 보면 시위대의 무장과 폭동 등 국가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계엄 선포 명의 역시 ‘대통령(권한대행)’으로 표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계엄 선포를 강행하려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거꾸로 탄핵 인용 여부에 상관없이 만약의 사태에만 대비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문건에는 계엄 선포 건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 요소를 담은 ‘계엄선포 결심 조건’ 문서가 첨부돼 있다. 이 문서엔 ‘탄핵소추안 결정(기각 또는 인용) 이후 집회·시위가 확산되고 있는가’라는 문항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기무사가 계엄 검토 과정에서 법률 검토를 통해 이미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계엄 임무에 투입되는 합동참모본부나 수도방위사령부 등이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문건 등 추가 정황 발견 여부다.

다만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 저지 방안 등을 담은 문건의 위법성은 명백하다는 해석이 많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계엄하에서 집회는 제한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문건 작성 지시자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