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논문 저자, 친구 자녀 ‘품앗이 등재’도 조사한다

입력 2018-07-24 18:13 수정 2018-07-24 21:51

“동료교수·지인 자녀 끼워넣기 꼼수는 못 걸렀다” 지적에
미성년 저자 포함 논문 목록 전부 제출 공문 대학에 보내
기대했던 대학 자정 안 보이자 교수사회 반발에도 단호한 대처


교육부가 ‘논문 저자 끼워넣기’ 3차 실태조사를 지시하는 공문(사진)을 전국 대학에 내려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번엔 교수 자녀뿐 아니라 미성년 저자 전체로 조사 대상이 확대됐다. 1, 2차 조사에서 동료 교수, 지인의 자녀 끼워넣기 등 사각지대를 간과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국민일보 2017년 12월 11일자 1면 등 참조). 교육부 관계자는 “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전국 대학에 ‘초·중등학교 소속 저자 포함 연구물에 대한 실태조사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각 대학의 전임·비전임 교원이 2007년 2월 8일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연구물 중 초·중등학교 소속 저자가 포함된 건의 목록을 오는 9월 20일까지 제출토록 했다. 이번에는 정식 논문이 아닌 프로시딩(학술대회 발표용 연구논문집)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교수 저자와 미성년 저자의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는 빠졌다.

이번 조사는 1, 2차 조사가 ‘꼼수 봐주기’였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직접 자녀 이름을 올린 경우로만 한정됐던 이전 조사는 지인의 자녀나 조카를 끼워넣는 경우에는 우회로를 열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5년 성균관대 한 교수는 친구의 고등학생 딸을 연구에 참여시켰지만 ‘자녀 끼워넣기’가 아니어서 1, 2차 조사를 모두 피해갔다. 해당 논문은 유력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SCI) 등재 학술지에 실렸다.

교수사회에서는 이전 조사를 두고 “하수만 걸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료 교수끼리 서로 자녀 이름을 넣어주는 ‘품앗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국립대 교수는 “옆방 교수들끼리 자녀 이름을 넣어주는 게 실제로는 더 흔하다”며 “조사 대상을 해당 교수의 자녀로 한정하면 이런 꼼수를 양산하는 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사립대 연구처 관계자는 “그런 이유로 몇몇 대학은 조사가 확대될 것을 이미 예상했었다”고 했다.

교육부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최근 모든 미성년 저자의 소속 학교와 학생 신분을 논문에 표시하도록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도 해당 개정안과 같은 맥락”이라며 “적절한 연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름을 넣는 중·고등학생이 없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 2차 조사에서 대학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상당수 확인되면서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과 교수사회의 미온적인 반응도 3차 조사 실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의 자체 조사에 기댔던 1차 조사의 경우 다수의 교수들이 해당 사항이 있으면서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국민일보는 당시 최소 17건의 논문이 자체 조사에서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1차 조사에서 82건에 그쳤던 ‘자녀 끼워넣기’ 사례는 2차 때 138건으로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조사를 하면 교수사회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단호한 대응에 나선 건 대학 차원의 자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 연구처장도 “교수들 사이에서조차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