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부진에 물가까지 급등… 서민 고통 커진다

입력 2018-07-25 04:00
경기 하강 조짐이 뚜렷한데 ‘장바구니 물가’까지 뜀박질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다 폭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여러 요인이 겹쳤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채소 가격은 1주일 새 77%나 올랐다. 버섯, 마늘, 상추, 풋고추 등이 두 배 이상 뛰었고, 무, 호박, 양파, 감자 가격도 60∼80%올랐다. 폭염으로 작황이 나빠진 게 원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는 경우도 많아 외식 물가도 오름세다.

국제유가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올 초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이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해 5월 74.4달러까지 치솟았다. 6∼7월에도 70달러대 안팎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1.0%에서 4월 1.6%로 높아졌고 5월과 6월에 1.5%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상승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데 물가까지 오르면 가계 살림살이는 한층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내수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경기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이미 몇 달됐다. 실업자가 6개월째 100만명을 웃돌고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고용 절벽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소득이 줄거나 소득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은 더욱 줄게 된다. 월급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이 이중으로 주는 것이다. 이러한 소득 부진과 물가오름세의 이중고로 가장 고통을 받는 계층은 저소득 가계일 것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7월 도시가스 요금은 이미 3.9%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두 달마다 요금이 책정되는데 유가 등 원재료 가격이 4개월 뒤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 인천, 광주, 대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식료품과 휘발유 등 생활 물가가 오르지만 통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만큼 물가 전반의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는 근원물가다. 기상 여건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공급 측면의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지수다. 한은은 지난 12일 올해 수정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근원물가 전망치를 1.6%에서 1.4%로 오히려 낮췄다.

결국 통화 정책 보다는 미시적 물가관리가 관건이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행정지도나 협의를 통해 각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인상 시기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폭염으로 인한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 농산물 수입 물량을 늘리는 등 수급 안정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