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계속되는 폭염으로 축산·과수농가와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가축과 물고기가 폐사하고 농작물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영양·울릉군을 제외한 21개 시·군에서 폐사한 가축은 14만4128마리에 이른다. 아직 7월인데도 지난해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8만4181마리)보다 6만 마리 더 많은 숫자다.
전북에서는 이날까지 닭과 오리 돼지 등 가축 40만여 마리가, 전남에서도 22만여 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충남에서도 24만8000여 마리, 강원도에서도 2만3000여 마리의 가축이 폐사하는 등 피해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축산농가마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축사 단열처리와 안개분무시설 가동 등에 나서고 있지만 찜통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가축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식 피해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국 과수농가 곳곳에서는 시듦과 일소(과실 표면 등이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돼 화상을 입는 것)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 재배농가 일부는 폭염 피해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경북 김천시의 포도재배 농민 정희상(56)씨는 “자두와 포도 잎이 다 타서 수확이 어려운 농가가 많다”며 “포도는 33∼34도일 때 당도가 올라가는데 지금은 너무 고온이라 잎이 탄소동화작용을 못 해 붉게 타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의 자두재배 농민 김수하(74)씨는 “자두농사 30년 만에 우박과 저온 피해에 이어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폭염피해는 바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날 오전 10시 여수해역에 적조주의보를, 여수∼장흥 득량만해역에 고수온주의보를 발령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바다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오르고 첫 유해성 적조생물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전남 함평군 주포항 인근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돌돔이 죽은 채 발견됐고 현재까지 8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 지역 바다 수온은 한때 32도까지 치솟는 등 열흘 넘게 바닷물 수온이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경북 동해안의 표층 수온도 이달 들어 평년 이맘때보다 2∼3도 높은 24∼25도를 기록해 양식장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자체들과 농정당국은 폭염피해 최소화 대책을 내놓고 농민들에게 행동요령과 가축 및 축사 관리요령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따른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어서 축산·과수농가와 어민들의 가슴은 식지 않는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타들어가고 있다.
안동·함평=김재산 김영균 기자, 전국종합 jskimkb@kmib.co.kr
열흘 넘는 폭염… 농·수·축산업도 ‘탈진’
입력 2018-07-2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