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력사용량은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갈아 치우고 있고, 전력예비율은 이틀 연속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러다 과부하가 걸려 2011년처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최대 전력수요량은 오후 5시에 찍은 9248만㎾였다. 전날 기록한 역대 최고치(9070만㎾)를 하루 만에 경신한 것이다.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의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 8830만㎾를 훌쩍 넘어선 기록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전체 전력공급량 중 여유 전력의 비중을 의미하는 전력예비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력예비율은 이날 7.7%까지 떨어져 올해 들어 처음으로 7%대로 추락했다. 2016년 8월 이후 23개월 만에 8%대(8.4%)를 기록한 전날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예비율 10% 선이 연일 무너지고 있지만 정부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미덥지 못하다. 전력수요 예측이 빗나간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8750만㎾로 예상했다. 지난 5일 하계 전력수급대책에서는 8830만㎾로 수정했다. 이는 실제 최대 전력수요에 한참 모자라는 것이다. 불과 10여일도 내다보지 못한 결과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엔 폭염, 겨울엔 이상한파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이런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를 염두에 두고 수립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실익적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 기상이변, 산업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탈원전 정책 등 전력수급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다.
[사설] 전력 수급에 문제없다는 말 믿어도 되나
입력 2018-07-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