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정부 경제정책에 유연함이 스며들기를

입력 2018-07-25 04:00
정책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의 모든 변수를 정책에 반영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실의 벽에 부닥쳐 예상과 다르게 전개된 정책은 부지기수로 많다. 경제정책은 더욱 그렇다. 대상이 광범위하고 이해관계가 다양하며 수많은 해외 요인까지 맞물려 있다. 그래서 어느 분야보다 유연함이 필요하다. 정책은 머리로 그려낸 그림일 뿐이어서 현실과 만나면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자세를 정책 입안자는 가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이고 정책 수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경제 현안을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이란 용어를 썼다. “우리가 걷고 있는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함께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고 했다. 포용적 성장은 저소득층까지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는 경제성장을 뜻한다. 세계은행이 소득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며 처음 제시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청와대 신임 경제수석은 ‘포용적 성장 전도사’란 별명을 가졌다. 최근 여당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가 나란히 이 개념을 언급한 데 이어 마침내 대통령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용어의 등장이 정책 전환을 뜻하는 것이길 기대한다. 포용적 성장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면서 시장경제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정한 재분배를 추구해 결이 좀 다르다. 기존의 정책 목표를 유지하며 방법을 수정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개념은 없을 것이다.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틀이 생겼다. 포장만 바꾸고 만다면 공허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이제 새로운 틀에 맞춰 정책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속도조절’이란 말이 요즘처럼 많이 사용된 적은 없었다. 정책에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건 정책의 목표에는 동의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여론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방법을 수정한다면 국민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가장 좋은 경제정책은 가장 유연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