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 “축산업, 규제보다 육성에 초점 둬야”

입력 2018-07-24 21:07
민경천 위원장은 24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한우산업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한우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경천(61)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에게 소는 사람만큼 소중하다. 소를 통해 세상과 교감하고, 소와 관련된 사람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소를 키우고 한우를 판매하는 사람은 물론 한우를 사 먹는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민 위원장과 소와의 인연은 숙명이다. 선친이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 소를 키웠으니 그 역시 소와 함께 나고 자랐다. 민 위원장은 24일 “어릴 때 아버지는 자식인 저보다 소를 더 아꼈다”고 말했다. 자식 굶는 것은 그러려니 하면서도 소 굶기는 일은 절대 없었다. 소는 식구였다. 사람이야 배고프면 밥 달라고 말하거나 제가 차려 먹으면 되지만 소는 말도 할 수 없고, 제 스스로 차려먹기 어려우니 당연하다는 것이 선친의 생각이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소는 삶의 일부였습니다. 소를 키워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냈습니다. 소 없이 농사짓는 건 상상도 못했지요. 아버지가 소를 시장에 팔러 나가면 친한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는 것 같아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저에겐 절친 중의 절친이었지요.”

제대 후 축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아들에게 물려줬으니 그가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이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민 위원장은 “모두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나, 소를 키우는 농가 모두 행복하지 않습니다. 광우병 망령이 사라지니 구제역이 덮쳤고, 그때마다 축산농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무슨 일이 터져 축산농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기는커녕 규제부터 먼저 만듭니다.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상머리에서 정책을 입안합니다. 그러니 10년 전 고민을 지금도 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의 소망은 딱 한 가지다. 소가 좀 더 편안한 시설에서 사육되고, 축산농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보장받고, 소비자는 양질의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장담했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한우정책연구소’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이 되는 제대로 된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민 위원장은 “축산업은 재래 산업이 아니라 미래 산업입니다. 시혜나 보호 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육성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정책과 시스템 역시 미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축산업이 발전하고 나아가 생산자, 소비자 모두 행복해집니다”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양정원 기자 yjw70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