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권한 제한… 계엄해제 직권상정 원천 차단

입력 2018-07-23 23:48
기밀 해제로 23일 밤 공개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중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 부분. 불법시위 참석 국회의원을 집중 검거, 사법처리해서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고 적혀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23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에는 계엄 선포 절차와 이에 필요한 포고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이 단순 법률검토 자료라고 주장했던 당시 기무사 관계자와 야권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은 2급 비밀문서로 분류돼 있었지만 국방부의 기밀해제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문건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 내보낼 대국민 담화문도 첨부돼 있었다.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이 발표하도록 한 담화문에는 ‘현재 우리는 대규모 폭력 소요로 인해 치안 행정 기능이 마비되는 등 국가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고 돼 있다. 이어 ‘유언비어 확산으로 사회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폭력시위 확산 및 사재기가 급증하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계엄사령부의 통제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계엄임무수행군의 임무 수행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포고문도 작성돼 있다. 여기엔 야간통행 금지와 차량운행 통제, 언론 검열 사항이 적혀 있다.

문건에는 이밖에 계엄사령부의 설치 위치도 구체적으로 건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합동수사본부 편성 및 유관기관 통제방안이 조직도와 함께 첨부돼 있다. 유관기관 통제 방안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라고 적시한 뒤 계엄사령관이 계엄 지역 내 행정, 사법 업무를 관장함을 통보하도록 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시도에 대비한 부분도 눈에 띈다. 당시 야당 소속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권한을 제한해 직권상정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불법시위에 참가한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계엄해제 표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표시돼 있다. 이와 함께 계엄령 선포 이후 계엄 실행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주한 외국 대사와 기자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외교활동을 벌이는 내용도 있다. 또 134명 규모의 계엄사 보도검열단 운영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2급 군사기밀이었지만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의 제출 요구에 따라 긴급회의를 거쳐 기밀을 해제해 국회에 제출했다.

기무사의 계엄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군의 ‘계엄 매뉴얼’ 격인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 내용을 상당 부분 참고해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기무사 문건은 계엄실무편람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국회에 의한 계엄 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과 같은 위법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합참이 만드는 계엄실무편람은 2년마다 업데이트된다. 270쪽 분량의 ‘2016 계엄실무편람’에는 유사시를 대비한 계엄 선포 절차와 계엄사령부 편성 방안 등이 적혀 있다. 이 편람이 기무사 문건 작성 당시 최신판이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적인 계엄 범위를 넘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방안까지 포함됐다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