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野 인사 장관”… ‘협치 내각’ 구상, 경제 드라이브·개혁 입법 완수 의지

입력 2018-07-23 21:33 수정 2018-07-23 23:47

청와대가 야권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이른바 ‘협치 내각’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차를 맞아 개혁 입법 완수를 위해 협치에 공을 들이겠다는 취지다. 개각 역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만 단행하고 추가 개각은 야당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은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 있다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며 “국회 개혁 입법 등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야당에 입각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해 정부 출범 직후에도 야권 인사 영입을 검토했지만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2기의 성패를 가를 경제 드라이브와 개혁 입법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제안을 하면서 1998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의원을 내각에 대거 기용한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제안은 야당의 협조를 구한다는 측면에서는 과거 노무현정부의 대연정 제안도 떠올리게 한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중대형 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조건으로 내각 구성권을 제1야당에 넘기는 대연정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2기 내각은 일단 범여권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 등 진보 성향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어디까지가 진보고, 보수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개별 의원은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이 협치를 위해 청와대에 제안하고 야당과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결정권은 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장관 3∼4명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보수 야당에까지 열려 있는 협치 내각 구상이 발표되면서 개각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장관에는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자영업 담당 비서관 등 일부 신설 비서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협치 내각 구상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발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협치는 장관 자리를 나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야당에 귀를 기울이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비판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국정운영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선 야당과 일절 협의를 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위기가 도래한 지금에서야 갑자기 야당 입각을 얘기하는 것은 국면전환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