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문건, 계엄 해제 시도 시 국회 무력화 방안 등 통상의 편람에는 없는 방안까지 담겨

입력 2018-07-23 18:50 수정 2018-07-23 21:20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군의 ‘계엄 매뉴얼’ 격인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 내용을 상당 부분 참고해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대비계획 세부자료와 계엄실무편람 내용이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다만 이런 이유로 기무사 문건의 위법 여부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기무사 문건은 계엄실무편람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국회에 의한 계엄 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과 같은 위법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합참이 만드는 계엄실무편람은 2년마다 업데이트된다. 23일 공개된 270쪽 분량의 ‘2016 계엄실무편람’에는 유사시를 대비한 계엄 선포 절차와 계엄사령부 편성 방안 등이 적혀 있다. 이 편람이 기무사 문건 작성 당시 최신판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기무사 문건을 공개하며 “계엄실무편람에 나온 통상적인 계엄 절차 매뉴얼과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두 문건은 서로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계엄실무편람 부록에는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기무사의 검토 결과는 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계엄사령관 추천권자인 국방부 장관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판단 하에 정할 사항’으로 돼 있다. 다만 일각에선 문건 작성 당시 주류였던 ‘육사 세력’이 육군3사관학교 출신의 이순진 합참의장 등 비(非)육사 지휘관을 제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던 것 아니었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무사 문건의 국가정보원 통제 방안 역시 가능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국정원도 계엄지역 안의 행정기관이므로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엄실무편람에는 언론 및 SNS 통제 조치 방안도 제시돼 있다. 보도검열 지침으로는 ‘사전 검열을 원칙으로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거나 내용 수정을 지시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엄실무편람과 기무사 문건이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 여부를 결론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가정해 계엄 선포를 준비했으며 계엄 실행 준비를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기무사가 업무 범위를 벗어나 현행범으로 국회의원을 체포하는 방안 등을 통해 계엄해제 표결을 막는 시나리오를 검토했다는 점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적인 계엄 범위를 넘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방안까지 포함됐다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관련 업무는 기무사가 아니라 합참에서 맡는 것”이라며 “권한이 없는 부대가 헌법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수 있는 초법적 검토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아직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개하지 않은 (대비계획 세부자료) 내용과 계엄실무편람과는 내용이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