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美 위협 땐 전례없는 고통”

입력 2018-07-24 04:04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파기 이후 본격적인 대이란 경제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양국 지도자들이 서로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하산 로하니(오른쪽 사진) 이란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란과의 평화는 모든 평화의 어머니이고 이란과의 전쟁은 모든 전쟁의 어머니라는 점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란 반관영 인사(INSA)통신이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에 대해 “사자의 꼬리를 가지고 놀지 말라. 이란 위협을 중단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 계정에 로하니 대통령을 지목해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통틀어 이전에는 아무도 경험해본 적 없는 결과를 겪고 고통 받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당신의 폭력과 죽음의 미친 언사를 용납해줄 나라가 아니다”고 퍼부었다.

두 정상의 과격한 공방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화염과 분노” “로켓맨” “노망난 늙은이” “불망나니” 등의 ‘말 폭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김 위원장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북한에 인내심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핵 문제와 관련한 또 다른 당사국인 이란을 향해서는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란 지도부를 마피아에 빗대 공격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란 지도자들은 부패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정부라기보다는 마피아에 가깝다”면서 “로하니 대통령은 아야톨라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의 세련된 앞잡이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란 국민들은 그들 정부의 권한 남용을 가만히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오랫동안 무시당해 온 이란 국민의 목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란어(페르시아어)로 방송되는 TV, 라디오,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고, 2015년 7월 핵 합의 이후 해제됐던 대이란 경제제재 복원을 명령하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은 이란 석유부문 제재를 6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11월 초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원유 주요 운송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로 실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역대 최강의 경제제재를 앞두고 물가 급등, 시위, 생활필수품 사재기 등으로 내부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란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