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과서에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함께 쓴다

입력 2018-07-23 18:16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모두 쓸 수 있도록 했다. 민주주의만 쓰도록 하려던 기존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사실상 교과서 집필진에게 판단을 넘겼다. 다만 진보 성향 역사학자들이 역사 교과서 집필진의 다수를 이루고 있고, 정부 검정심사를 통과해야 하므로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은 제한적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는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결과를 발표하고 이런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한다고 23일 밝혔다.

교육과정이란 교과목과 수업·평가방식 등을 담은 국가교육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면서 국정화를 전제로 만들었던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혼용됐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용어를 민주주의로 일원화하기로 했었다. 당장 보수 진영에서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반발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민주주의라는 표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함께 넣고,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을 추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에 608건의 의견이 접수됐는데 454건이 민주주의 용어 사용에 대한 반대였다. 논란을 줄이고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 정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주의로 서술하는 게 타당하다는 교육부 입장은 변함없지만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해도 (검정심사에서) 탈락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쟁점은 행정예고한 내용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확정했다. 또 새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고 서술한 부분은 빼기로 했다. 교육부는 오는 27일 행정예고 결과를 공표하고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할 예정이다. 새 교과서는 2020년 3월부터 쓰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