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서 민간 구조활동… ‘하얀 헬멧’ 해외로 탈출

입력 2018-07-24 04:00
‘하얀 헬멧’ 대원과 가족들이 이스라엘군이 22일(현지시간) 제공한 차량을 타고 시리아를 떠나 이스라엘 국경에 들어서고 있다. 이스라엘국방군(IDF) 트위터 캡처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전쟁 피해자 구조 활동을 벌여 온 시리아민방위대(SCD) 대원들과 가족 400여명이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에 구조돼 요르단으로 탈출했다. 이들은 하얀 안전모만 쓰고 전쟁 지역을 누벼 ‘하얀 헬멧’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하얀 헬멧 대원들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온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생명의 위협을 호소해왔다.

요르단 외교부는 이날 하얀 헬멧 대원 98명을 포함한 시리아인 422명의 입국을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남서부 다라, 쿠네이트라 지역에 고립돼 있다 이스라엘군에 구출됐다. 이들은 요르단에 머물다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로 옮겨갈 예정이다.

하얀 헬멧은 시리아 내전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2013년에 설립됐다. 종교와 민족을 막론하고 모든 피해자를 구하겠다며 교사 청소부 제빵사 등 평범한 시민 300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지난 6년간 구한 생명만 10만 명에 달한다. 위험한 전쟁터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동안 하얀 헬멧 대원도 250여명이 사망했다. 하얀 헬멧은 이 공로로 2016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에 하얀 헬멧은 눈엣가시였다. 하얀 헬멧은 구조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끊임없이 고발해왔다. 하얀 헬멧은 지난해 4월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얀 헬멧 대원들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의 마지막 거점을 압박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정부군이 하얀 헬멧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며 적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하얀 헬멧 대원들은 서방 국가의 도움으로 대규모 탈출을 감행했다.

하얀 헬멧 대원들이 모두 시리아를 떠난 것은 아니다. 탈출을 거부한 한 대원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가 우리나라고 이곳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나 군부대가 아니고 인도주의 단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