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조작과 나쁜 무역협정으로 인해 잃은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도 같은 날 미국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약세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위안화 환율이 조작됐는지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의 주 타깃은 중국 위안화다. 중국 당국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이후 달러화 대비 5% 이상 떨어졌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위안화 평가절하는 순전히 환율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오히려 환율 시장에 개입하는 건 미국 정부”라고 반박했다. 중국이 환율을 무기로 삼아 무역전쟁의 피해를 의도적으로 줄이려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의심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외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아직까지는’ 중국이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고 23일 보도했다. 그러나 오는 10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관세 부과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보고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에 나설 수 있다. 주식에서 석유 등 원자재까지 금융·상품 시장이 요동치고 안전자산 선호로 자원수출국과 신흥국 통화 불안이 심화될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무역질서 악화에 이어 환율까지 요동치는 대외경제 환경은 악몽이다. 적극적인 경제외교에 나서는 한편 산업·품목별 수출 애로 요인을 점검하고 해결하는 미시적 처방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설] 미·중 환율전쟁까지… 수출 불확실성 더 높아졌다
입력 2018-07-2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