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대북 제재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상 한·미 공동 브리핑에서 언급한 ‘제한적 면제’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 과정에서 제재에 따른 애로가 적지 않다는 게 이유다. 제재 완화 차원의 접근은 아니라지만, 예외 조치가 매달 쌓이고 있다. 올 들어 유엔 안보리와 한·미 독자 제재 예외로 인정된 사례는 모두 8건으로 이 중 우리 정부 요청이 7건이나 된다. 예외가 많아지면 구멍이 된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체계에도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미국 행정부의 기류는 달라 보인다.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제재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성공적 비핵화의 가망성은 그만큼 낮아진다고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은 좀 더 구체적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친구들 중 일부가 법을 우회하겠다고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의례적 용어인 ‘일부 국가’ 대신 ‘우리 친구 중 일부’라고 표현한 점은 중·러 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탓에 한·미 공조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런 틈새를 노리는 듯 연일 종전선언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 달 하순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해 집단 탈북 여종업원의 송환도 거듭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쓸데없는 훈시질’을 말라고 했다. 남측 정부에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적극적으로 미국 설득에 나서라고 등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예전처럼 억지를 부리고 나선 건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든든한 뒷배를 확보한 만큼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던 미사일엔진 실험장 파괴 약속은 감감무소식이다. 비핵화 실무 협의를 위한 워킹그룹을 만들자는 기본적인 합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외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재 완화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중국이 제재 뒷문을 열어줘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명제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길로 이끌기 위한 강력한 수단은 제재다.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제재를 풀어선 안 된다. 비핵화 일정이라도 명확해져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비핵화 이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압박 수단들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조급하게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려 과속하면 안 된다. 지금은 대북 제재를 완벽하게 이행해야 할 시점이다.
[사설] 지금은 대북 제재 완화할 때 아니다
입력 2018-07-2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