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응급처치 교육에 비정규직 제외한 ‘시대착오’ 경북교육청

입력 2018-07-24 04: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처치를 배울 필요가 없을까? 경북도교육청이 학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 및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면서 시간제 강사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인 교육실무직원들을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각 학교 등에 따르면 경북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교직원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 및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 시 학교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교육의 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이 교육을 위해 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보낸 시행공문은 본래 취지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교육청에서 지난 3월 12일 학교에 내려 보낸 공문에는 ‘이번 교육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그 교직원은 ‘정규직’으로 명시하고 있다. 마치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교직원이 아니라고 규정한 듯한 뉘앙스다.

공문에서는 교직원 중 교원에 대해 ‘교장, 교감, 교사(정규교사), 기간제 교사’만으로 한정했고 시간제 강사는 제외했다. 또 교육대상인 교직원 중 직원은 ‘교육감 소속 일반직 공무원’만을 의미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교육실무직원(교무행정사·행정실무원·조리사·조리원·영양사·특수교육실무원)과 기타 직원(일용직) 등은 모두 교육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은 교직원이 아니다’라고 명시한 것은 그렇다 해도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법 교육조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있는 경북도교육청의 행태가 어이없다”며 성토했다. 이들은 “눈앞에서 아이가 쓰러지면 정규직이기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처치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이가 쓰러지면 정규직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도교육청의 행태는 그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도교육청 체육건강과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심폐소생 및 응급처치 교육’은 학교 자체운영비로 희망자에 한해 누구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이다. 사람의 뇌는 심장마비에 의해 혈액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어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심폐소생술은 ‘4분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