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프레임 전쟁에서도 이기자

입력 2018-07-24 00:00

지난 14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에 참가했다. 사실 이 집회는 지금까지 내가 깊이 관여했거나 주도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교회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하는 반대집회는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사회는 프레임 전쟁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친동성애자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말려들어 가지 않겠는가’ 하는 경계심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보다 반동성애운동에 앞장서 왔던 사람이다. 동성애는 타고난 DNA 때문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성경이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성애가 허용되면 우리 사회가 문화적 병리현상으로 찌들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교회가 이런 집회를 선도하고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어느 정도 반동성애 집회의 기초를 다져놨기 때문에 이제는 배후에서 지원하며 시민단체와 건전한 문화단체, 탈동성애 단체를 앞세우는 게 좋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막상 성도들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해 보니 가슴이 울먹였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살아 있구나. 역시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마지막 보루요, 항체요, 저항인자구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 현장에는 햇볕을 가리는 막이라도 쳐 놨지만 대한문 쪽은 구름 한 점 없고 바람 한 줄기 불지 않는 가운데 ‘살인광선’이 내리쬐고 있었다. 불볕더위 속에서 건강한 사회와 교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예배를 드리고 통성기도를 하는 성도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강단에 올라가 사자후를 토해내는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통성기도를 인도하는 목회자들이 존경스럽게 보였다. 나도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다가 성대결절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새에덴교회 성도가 많이 참가했는데 이번에 절대 다수를 동원한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님이 더 위대하게 보였다. 기획하고 준비한 스태프들은 얼마나 많은 비지땀을 흘렸겠는가. 뿐만 아니라 퍼레이드는 정말 대단했다. 나도 뙤약볕에 모자를 쓰고 퍼레이드에 참가했지만 앞에서 외치는 이름 모를 자매의 피 터지는 소리가 가슴을 더 애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퀴어축제 진영에 가보고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들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 이론대로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문화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두 집회를 TV와 일반 신문에서 보도할 때 기자들은 어떤 이미지로 전달할 것인가. 국민 앞에 비춰지는 반동성애 집회는 어떤 식으로 보도될 것인가. 역시 내 짐작대로 언론의 보도는 그렇게 됐다.

물론 광장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구호를 제창하며 통성기도를 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로 볼 때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는 위안과 보람, 자부심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에도 모인 숫자에 있어서는 반동성애 진영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적 가치와 진리를 외치는 모습이 과연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되고 우리의 메시지가 얼마나 정확히 전달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당장은 힘과 세 과시를 통해 몇 번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프레임 전쟁과 문화전, 미디어전에서 혐오세력으로 밀리기 시작하면 지루한 전쟁에서 지고 말기 때문이다.

물론 내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동성애 전략가인 안토니오 레그리가 고안해 낸 프레임 전략에 말려들지는 말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문화전이고 언론전인데 적어도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 이론을 염두에 두면서 프레임 싸움에서도 승리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프레임 싸움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반동성애 운동과 교회 생태계를 지키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새로운 과제일 것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