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흘 연속 오존주의보… 장마 기간 짧고 대기 정체 오존농도 증가 최적 조건
실외활동 자제 권고뿐 정부 차원 대책은 미흡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대기가 정체돼 전국에 오존주의보 비상이 걸렸다. 서울 대부분 지역은 지난 20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도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연달아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오존주의보는 22일까지 전국적으로 334차례 발령됐다. 지난해 전체 276차례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달 발령 횟수만 113차례다. 오존주의보는 권역 내 1개 이상 지역에서 시간당 대기 중 오존농도가 0.120ppm 이상일 때 발령되는데 올해는 3년 전인 2015년(134차례)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존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날씨가 더워지고 일사량이 많아지면 자동차 매연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대기에 배출된 다양한 오염물질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생성한다. 오존 농도가 높은 상황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과 호흡기에 자극을 느끼고 기침이나 두통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호흡기 질환자나 영유아, 노인층이 취약하다. 미세먼지와 달리 기체이므로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다.
미세먼지만큼 건강에 치명적이지만 대책은 미흡하다. 오존주의보가 내려져도 실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뿐 강제 수단은 없다. 이 때문에 서울 경기 경남 울산 등에 오존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여러 곳은 당일 수업 일정을 강행했다.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오존 농도가 높다는데 정말 막을 방법이 없나’ 등 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현 기상 상태가 오존 농도를 증가시키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대기 중 오염물질을 씻어낼 장마 기간이 짧았고 바람도 적다. 여기에 기온이 높아지면서 오존 생산 조건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존 농도를 하루아침에 줄이기는 어렵다. 녹색연합 배보람 활동가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미세먼지 중심으로 이뤄져 VOCs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오존 관련 대기오염물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페인트에 들어가는 VOCs 함유 기준을 정하는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올해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자마자 VOCs 배출 사업장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오존까지 ‘비상’
입력 2018-07-2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