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난 속에서 이룬 회복은 주님 은혜·아이들 덕분”

입력 2018-07-23 00:01 수정 2018-07-23 20:48
이두희 군산 십자가사랑교회 목사가 지난 12일 리모델링 공사 중인 교회 앞에서 지역 교회들로부터 받은 도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오전 1시 발생한 원인 미상의 화재로 전북 군산 십자가사랑교회 예배당이 검게 그을려 있다. 위쪽은 화재 직후 촬영한 현장 사진. 아래쪽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예배당 모습. 십자가사랑교회 제공
이두희(42) 전북 군산 십자가사랑교회 목사는 지난 5월 31일 오전 1시 잠자리에서 예배당이 불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곧장 달려간 교회 앞 도로엔 대형 소방차가 길을 막고 불길과 싸우고 있었다. 지붕 위 십자가 옆으로는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성도 10명으로 출발해 개척과 동시에 자립 선언을 하며 2015년 12월 1층짜리 예배당을 건축했는데 입당 3년여 만에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건축에 따른 부채 2억2000만원도 남아 있었다.

이 목사는 22일 전화통화에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어른 40명과 교회학교 30명 학생들이 예배를 드릴 장소가 없어 당혹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군산 지역은 여러모로 사정이 좋지 않다.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하청과 재하청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상반기 군산의 실직 인원을 1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역도 교회도 극도로 어려웠지만 십자가사랑교회는 반전을 경험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군산노회가 재빠르게 모금에 나섰다. 군산노회장인 강무순 군산 성원교회 목사는 “군산노회 소속 60여 교회 가운데 70%가 교인 100명 이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십시일반으로 3900만원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 목사가 졸업한 한일장신대 출신 목회자들도 2200만원을 후원했다.

지역 교회가 힘을 모은다는 소식에 예장통합 총회 본부도 움직였다. 개교회 차원의 후원으로는 최대인 500만원 지원 결정을 내렸다. 이 돈으로 먼저 불탄 예배당 보수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집기류와 음향시설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지만 교인들은 오는 29일 주일 재입당 감사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지난 12일 망치와 톱질 소리가 한창인 군산 십자가사랑교회 현장을 찾았다. 이 목사에게 주위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답지한 이유를 물었다. 이 목사는 “주님의 은혜 가운데 아이들이 버팀목이 돼 준 덕분”이라고 답했다.

십자가사랑교회는 ‘꿈사랑영재사관학교’라는 방과후 학교를 운영 중이다. 평일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면 이 목사의 승합차를 타고 교회로 와서 엄마 아빠가 퇴근해 돌아오는 오후 8시까지 함께 공부하며 기다린다. 상담학을 전공한 이 목사와 사모가 동시에 아이들의 학교 공부와 인성 교육 및 성경공부까지 돌봐준다.

당장 교회 화재로 10여명의 아이들이 방과후 갈 곳이 없게 되자 주변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이들 책상부터 수리한 뒤 그나마 불에 덜 탄 교회 건물 내 식당을 공부방으로 변신시켰다. 밥은 사모가 집에서 지어 도시락으로 날랐다. 화재 나흘 만에 제일 먼저 아이들 공부방부터 다시 문을 열었고 후원이 이어졌다. 이 목사는 “군산노회와 총회 사회봉사부 등 많은 분들이 찾아와 들여다보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군산=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