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구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서울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간 22일 오후 박 시장은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강북구 삼양동의 한 단독주택 옥탑방에 짐을 풀고 동네 주민들과 상견례를 시작으로 삼양동 생활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주민들에게 “지난 선거에서 밝혔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왔다”며 “절박한 민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강남·북 격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이 입주한 집은 낡은 주택가에 있는 단독주택 2층의 옥탑방이다. 문을 열면 들어가면 정면에 화장실이 보이고 양 옆으로 방이 2개 있다. 전체 공간은 약 30㎡(9평) 정도. 방 하나는 박 시장이, 다른 방은 비서가 쓸 예정이다. 박 시장 방은 앉은뱅이책상 하나, 행거 하나, 이불 한 채, 선풍기 한 대만 갖췄다. 에어컨은 없다.
서울시는 이 집을 50일 동안 빌리면서 보증금 없이 월세 200만원에 계약했다. 박 시장 입주에 앞서 온수가 나오도록 수리했고, 인터넷을 새로 연결했다. 박 시장은 다음 달 18일까지 이 집에서 지낼 예정이다.
옥탑방 앞에는 어른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평상이 새로 놓였다. 동네 주민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박 시장은 평상에 앉아서 “제가 여기 온 건 시청이 왔다는 것”이라며 “시청 내 각 부서가 모두 강남·북 격차 해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양동 생활이 끝날 무렵에는 지역주민과 시민들에게 연구하고 고민한 정책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박 시장은 강북지역 유세에서 강북구 한 달 살기를 약속한 바 있다. 유력 정치인이 특정 지역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지역 문제를 파악하고 주민들과 대화하는 방식은 박 시장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의 강북 한 달 살기를 정치적 이벤트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접근이기에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 시민의 삶의 현장은 특단의 대책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절박하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삼양동 옥탑방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공공자전거를 이용해 시청으로 출퇴근을 할 예정이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주말에는 삼양동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날 삼양동에서 첫 밤을 보낸 박 시장은 23일 삼양동 주민센터와 경로당, 어린이집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박 시장은 강북 한 달 살기를 위해서 이 기간 중 계획됐던 여름휴가도 8월 말로 미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박원순, 폭염 속 강북 옥탑방살이 시작
입력 2018-07-22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