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시험지 유출에… 대입 정시 확대 힘 받나

입력 2018-07-23 04:01

광주와 서울, 부산의 고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이 2022학년도 대입 개편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 당국이 대책을 내놨지만 흠집 난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이른바 ‘정시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시험지 유출을 막기 위해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을 강화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지침은 출제와 고사 시행, 감독, 부정행위 처리절차, 성적처리 방법 등을 규정한 시·도교육청 자체 규정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2학기 시험이 시행되기 전인 9월까지 관내 중·고교 시험지 보안장소와 준비상황을 점검한다. 평가 관련 모든 자료를 보관하고 출입자를 통제하는 ‘학교별 평가관리실’ 확대, 시험 관련 시설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당국의 대책은 수능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는 학생 학부모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수능 출제자는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문제를 내고 시험이 끝나야 자유의 몸이 된다. 중간·기말고사는 출제자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밀착돼 있다. 내신의 대입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정행위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다.

그래서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학생부의 신뢰도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대입 개편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대입제도의 뼈대를 일반 시민 550명(시민정책참여단)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공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고른다. 1안은 수능 위주로 45% 이상 선발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2안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정시와 수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 3안은 사실상 현행 유지, 4안은 정시 비중을 높이고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수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정부가 공론화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수능 상대평가’ ‘정시 확대’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로 진보 교육감들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수능 절대평가 목소리가 커졌다. 민감한 시기에 터진 시험지 유출 건은 절대평가 전환 요구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은 데다 신뢰를 회복할 뾰족한 대책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정책참여단은 오는 27∼29일 합숙 토론을 거쳐 다음 달 초 대입제도의 큰 틀을 결정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