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의 범주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풍이나 지진처럼 재난을 초래하는 자연현상으로 간주해 대응을 더 체계화하고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폭염은 진행이 느리고 어느 정도 예측되며 사람마다 피해 정도가 다르다는 이유에서 그동안 재난으로 분류하지 않았는데, 이제 개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벌써 1000명에 육박한다.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로가 갈라지고 가축의 떼죽음이 속출하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오존 피해도 더해졌다. 자연현상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차적 조치는 국민이 최대한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폭염을 재난 차원에서 대처하는 법률 정비를 서두르고 상황별 매뉴얼과 긴급구호 및 보상 체계를 촘촘히 갖춰야 한다. 특히 폭염과 싸울 핵심 자원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에너지 빈곤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폭염이 재난이면 이것은 인재(人災)에 가깝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최악 폭염은 한반도를 넘어 북반구 전역을 강타했다. 일본 서남부는 낮 최고기온이 연일 40도를 웃돌면서 21일에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얼마 전 폭우로 인한 사망자보다 폭염 사망자가 더 많아질 상황이다. 미국은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위도가 훨씬 높은 캐나다조차 폭염으로 50명 가까이 숨졌다. 무더위와 거리가 멀던 북유럽의 스웨덴도 폭염과 가뭄에 80건 이상 산불이 잇따랐다. 이상고온의 원인인 열돔현상은 극도로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울타리를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는 것이다. 인류의 기후학은 아직 그 메커니즘을 명쾌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지난 수백년 기온 분포를 보면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 때문임이 자명하다. 온난화의 재앙은 이제 경고를 넘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한반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여름을 경험했고 해가 갈수록 혹독해지리란 걸 피부로 느꼈다. 예고된 재앙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야 한다면 환경에 해가 덜한 차를 타고, 도시화가 불가피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녹지를 확보하며, 일상의 습관적 편리함 대신 의식적 불편함을 선택하는 친환경 문화를 정착시킬 때다. 환경 친화적 도시생활의 방법 중 하나로 빗물의 효율적 관리를 제안한다. 땅이 머금는 빗물은 증발하며 열을 가져가기에 ‘지구의 온도조절장치’로 불린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대지가 빗물과 만날 기회를 봉쇄했다. 건물 옥상마다 빗물연못을 만들고 도시 곳곳에 빗물저류소를 설치하고 투수성 보도블록을 보급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
[사설] 재난이 된 폭염… 점점 현실 돼가는 온난화 재앙
입력 2018-07-2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