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백혈병 합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각성 계기로

입력 2018-07-23 04:04
11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삼성 백혈병 조정위원회’의 공개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고, 피해자 단체도 같은 입장이라고 한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당시 22세)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LCD사업부에서 근무 중 백혈병, 뇌종양 등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렸다고 산재를 신청한 사람은 73명이다.

회사와 피해자 측의 갈등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가 2014년 세워지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재발방지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에 대해 입장이 갈리면서 난항을 겪어 왔다. 삼성은 반도체 작업장이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안전진단 보고서에서 ‘화학물질 관리내용을 관찰해보면 상당한 문제점이 거의 전반적인 활동에 걸쳐 관찰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사업장 직원들의 무더기 발병 주장은 삼성전자에게 목 안의 가시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한해 영업이익만 50조원이 넘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됐는데도 산업 재해로 병들고 목숨까지 잃은 직원들의 보상에 태만하다는 인상은 기업 브랜드에 큰 부담이 돼 왔다. 이번 삼성전자의 중재안 수용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회사 측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백혈병 피해자 문제는 이토록 오래 끌 사안이 아니었다. 이번 합의가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