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수뇌부 인사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거지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지난달 2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임 전 차장은 양 대법원장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칼이 본격적으로 핵심 인물로 향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강공책을 꺼내든 것은 대법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특별조사단이 이미 공개한 행정처 문건 410개의 파일만 넘겨줬을 뿐 관심이 쏠렸던 핵심 하드디스크 제출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검찰이 문건 작성에 관여한 행정처 간부·심의관들의 PC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어이없는 건 임 전 차장의 태도다. 그는 지난해 3월 행정처를 나오며 사용하던 컴퓨터의 파일을 복사해 갖고 나온 것은 인정했지만, 이 파일이 담긴 하드디스크 복사본과 업무수첩은 모두 폐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가 은닉한 USB를 사무실 가방 안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USB 안에는 임 전 차장이 2012년 8월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됐을 때부터 작성된 기획조정실 문건 대부분이 담겨 있다고 한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행정처장 등 핵심 관련자 4명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기각했다. 영장전담 판사가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는데 선뜻 납득이 안 된다. 영장 판사가 2010년 박 전 처장과 서울고법 재판부에서 함께 근무한 것도 논란거리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의 소극적 태도는 검찰 수사에 부정적인 고위 법관들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일체의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약속한 대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핵심 자료들을 빠짐없이 제출해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추락하는 사법부의 신뢰를 막는 최소한의 길이다.
[사설] 대법원의 검찰 수사 비협조, 도 넘었다
입력 2018-07-2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