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21일 오전 11시, 무더위가 한창인 때에 서울 중구 신일교회(배요한 목사)에선 시원한 소리가 들렸다. 교회 주차장에 마련된 간이 수영장에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일제히 뛰어 들었다. 순간 햇빛을 머금고 반짝거리던 수영장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총 싸움에 빠져 들었고 다른 쪽에선 비치볼을 주고받았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파랑색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은 “와아” 하며 함성을 터뜨렸다.
물놀이 장비들은 모두 교회가 제공했다. 교인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회학교 교사들은 수영장 안팎에서 안전요원으로 나섰다. 여전도회원들은 간식 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메뉴는 주먹밥과 자장떡볶이, 소시지 구이와 수박화채. 나송자(여전도회연합회 회장) 권사는 “우리 여전도회원들은 언제든 간식을 준비할 자신이 있으니 교회를 항상 개방해도 좋다”며 호언장담했다.
수영장 옆 그늘막은 학부모들이 차지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교회 맞은 편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김미정(40·여)씨는 “지하철을 타러 갈 때 교회 주차장을 항상 지나다닌다”면서 “그땐 교회가 낯설었는데 이렇게 수영장을 만들어 주니 너무 친근하다”고 했다.
교인들은 교회가 수영장을 설치하고 이웃을 초대했다는 사실에 으쓱해했다. 최경선(38·여) 집사는 “교인으로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면서 “내년에도 수영장을 개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소감을 묻자 대답 대신 기자에게 물을 뿌리며 웃었다.
교회는 지난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주민들에게 수영장을 개방했다. 금요일에 수영장을 설치해 물을 채우고 주일예배를 위해 토요일 밤 해체하기를 세 차례 반복했다. 이날은 ‘오픈 수영장’의 마지막 날. 오는 28일부터 교회학교 여름성경학교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수영장을 만들어 개방하자는 데 교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수영장을 설치하고 있던 지난 20일 오후 교회에서 만난 배요한 목사는 “교인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의해 볼 일이지만 여건이 된다면 내년엔 기간을 좀 더 늘리고 싶다”면서 “올해 세 차례만 개장해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무더운 여름에 교회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교회서 ‘풍덩’… 찜통 더위 날렸어요
입력 2018-07-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