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방식 복잡… 더 주고 눈총 받는 근로장려금

입력 2018-07-20 04:00

연간 한 번서 2차례로 바꿔 혜택 늘린다며 절차 어렵게
해마다 별도 사후정산까지, 수요자 무시 탁상행정 지적
해외서 쓰는 실용방식 항변


대표적인 저소득층 지원 정책인 근로장려세제(EITC)가 한층 복잡해졌다. 수혜자들의 체감도를 높이려고 지급 주기를 연 2회로 바꾼 게 되레 혼란을 부르는 형국이 됐다. 소득세 확정 신고 전에 돈을 주다보니 실소득과 차이가 나면 받은 돈을 도로 뱉어내야 하는 상황도 예고됐다. 효과만 생각했을 뿐 정책 수요자의 편의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근로장려금 지급 시기가 기존보다 최대 9개월가량 앞당겨진다. EITC는 일정 기준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사업자 가구에 세금 환급방식으로 근로장려금을 줘 실질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는 직전 해의 소득을 바탕으로 매년 9월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로소득자에 한해 그해 12월과 이듬해 6월에 나눠서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1∼6월 소득을 토대로 연간 소득을 추산한 뒤 12월에 상반기분 근로장려금을 주고, 나머지는 이듬 해 6월에 지급하는 것이다.

지급 시기는 앞당겨졌지만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우선 매년 두 차례 신청을 해야 한다. 상반기 지급분의 경우 그해 8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하반기 지급분은 이듬해 2월 21일부터 3월 20일까지 신청해야 한다. 추가 신청 기간은 없다. 기존에는 정기 신청 기간(매년 5월)을 넘기더라도 6개월간 추가 신청할 수 있었다. 이 경우 받아야 할 근로장려금의 10%가 차감되지만 아예 못 받지는 않았다.

근로장려금 안내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서면 안내’ 방식뿐이다. 경기도의 성남시 사례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 관련 안내를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 때문에 근로장려금 수혜 가구가 내년에 168만 가구까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세청 관계자는 “스마트폰 안내 문자를 광고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어서 서면 안내 방식만 쓴다”며 “시행 후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장려금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받은 근로장려금의 사후정산은 이듬해 9월 말에 마무리된다. 확정 소득을 놓고 정산을 해서 받아야 할 금액을 초과했다면 환급 대상이 된다. 받은 근로장려금 가운데 일부를 뱉어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상반기 지급분의 경우 수령액 가운데 일부를 빼고 주기로 했다. 가령 1∼6월 소득을 기준으로 연소득을 추정한 결과 200만원을 근로장려금으로 줘야 한다고 치자. 그러면 상반기에는 이 금액의 절반인 100만원에서 30%를 뺀 70만원만 지급하는 식이다. 나머지는 이듬해에 지급토록 해 하반기 소득이 늘 경우 환급 대상이 될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사후정산에서 금액 변동이 있을 가능성은 ‘0’으로 줄지 않는다. 전년도 소득의 확정 신고가 매년 5월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쓰는 방식 중 가장 실용적인 방식을 차용했다”고 해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