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통장에 든 사기 피해금 인출해 썼다면 횡령죄 성립”

입력 2018-07-19 18:41 수정 2018-07-23 14:45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넘긴 명의자가 그 통장에 들어온 피해자들의 돈을 인출해 사용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사기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모(26)씨와 최모(26)씨 횡령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계좌 명의자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대포 통장에 송금된 사기 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였다”면서 “사기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이를 마음대로 인출해 썼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계좌 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법률 관계없이 돈이 송금된 경우 그 돈은 송금인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명의자가 계좌를 넘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기 범죄로 이체된 돈에 대해 사기범이 권한이 있다고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진씨 등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신들 명의의 계좌를 넘겨 사기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명의를 넘긴 대가로 받기로 한 300만원을 받지 못하자 통장에 들어온 피해금 613만원 중 300만원을 무단 인출한 혐의(횡령)도 받았다.

앞서 1·2심은 보이스피싱 사기 방조 혐의와 횡령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부친상(喪) 중에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 선고 절차에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 부친인 고(故) 김종락씨는 17일 오전 별세했고 20일 오전 발인 예정이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