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현장 찾은 文 대통령 “규제 간소화”… 혁신성장 힘 싣기

입력 2018-07-19 18:35 수정 2018-07-20 00:02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기기 전시 부스를 찾아 네오펙트의 뇌졸중 환자 재활치료용 글러브를 끼고 모니터를 보며 탁구 게임을 해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준비가 미흡해 답답하다며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했던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현장 행보를 재개했다. 성남=이병주 기자

체외진단기부터 제도 적용… 인·허가 과정 통합서비스도
文 “당뇨 측정 앱 배포해서 고발당한 환우 어머니 규제에 대해 반성 안겨줬다”
의료기기 지원센터 일원화… 온라인 포털 사이트도 구축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범정부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한 이후 선보인 규제혁신 현장 행보다. 경제지표 악화로 고심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당분간 혁신성장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행사에 참석해 “오늘 규제혁신 첫 번째 현장으로 찾은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에 대해 약속한다. 첨단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혈액, 소변을 이용해 질병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체외진단기를 우선적인 규제혁신 수혜 사례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개했다. 또 통합서비스 체제를 구축해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에는 의료기기 허가와 신기술 평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허가를 각각 받아야 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 진입에 1년 이상 소요되던 것이 80일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람 몸에 사용하지 않고 의사 진료 편의를 위한 기기는 식약처의 허가만 받으면 될 수 있도록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방암 상태 진단 키트를 예로 들며 “키트를 개발하고도 국내에 임상문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출시를 허가받지 못한 사례도 있는데, 이런 일은 없어질 것”이라며 “안전성이 확보된 체외진단 기기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후평가로 전환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김미영 ‘1형 당뇨 환우회’ 대표의 사례 발표에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하루 10번 이상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아들을 위해 측정기기를 해외에서 구입한 뒤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를 환우 가족에게도 배포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기계적 행정절차만 고집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검찰은 김 대표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문 대통령은 “소명이 어머니(김 대표) 이야기는 의료기기의 규제에 대해 깊은 반성을 안겨줬다”며 “그럴 때 우리는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지지부진한 규제혁신 작업을 직접 현장에서부터 챙겨 해결해가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분야별 혁신 행보에 나서 규제 틀을 조기에 혁신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정부는 이날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형 신(新) 산업분야로 규정하고 충북 오송(식약처), 서울(한국보건의료연구원), 강원도 원주(심평원)에 흩어진 상담체계를 ‘의료기기 산업 종합지원센터’로 일원화하고 온라인 정보포털 사이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신(新) 의료기술평가와 보험등재 심사 동시 진행, 신의료기술 평가 후 급여·예비급여 등재 등 확인기간 단축(최대 490일→390일), 신개발 의료기기 분류체계 신규 구축 및 별도 평가트랙 도입 등도 발표했다.

의료기기의 빠른 발전 속도를 정부 규제가 못 따라간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대책들이지만 조급한 개편 작업으로 국민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준구 최예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