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씌워 강제로 재우다 11개월 남아 질식사… 보육교사 구속영장 신청
인증제·CCTV 무용지물, 靑 게시판서 부모들 ‘분통’… “교사 자격 엄격히 관리해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11개월 된 남자아이를 강제로 재우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4살 난 여자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사망한 사고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린이집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8일 11개월 영아를 재우는 과정에서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59·여)씨에 대해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사인이 비구폐색성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구폐색성질식사는 코와 입이 막혀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하는 것이다.
김씨의 학대는 어린이집 CCTV 앞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18일 낮 12시쯤 아이를 엎드리게 한 채 이불을 씌우고 올라타 온몸으로 누른 장면이 포착됐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오후 3시30분쯤 “이불을 덮고 자는 아기가 계속 잠을 자고 있어 이상하다”며 신고했다. 경찰과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서 잠을 재우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강서구는 이 어린이집 영·유아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도록 조치했다. 이곳에는 영·유아 25명이 다니고 있었다. 경찰은 다른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보육교사 김씨와 원장은 쌍둥이 자매 관계다.
해당 어린이집은 정부의 평가인증제를 통과한 곳이다. 통학버스 사고가 발생한 동두천 어린이집도 평가인증을 받았다. 강서구 관계자는 “평가인증은 어린이집에서 제출하는 안전시설 점검표 등을 기반으로 이뤄져 사실상 아동학대를 사전 예방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래서 어떻게 아이를 맡기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데 어떻게 안심하고 아이를 키우겠느냐”는 내용의 게시물이 봇물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쉽게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본다. 인터넷에서 몇 시간만 강의를 들으면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 정정희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보육기관도 초·중·고등교육 기관처럼 교사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처우를 개선해 좋은 인력풀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화정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1년에 1시간만 이뤄지는 보육교사 교육도 효과가 적어 문제”라고 설명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CCTV 앞 버젓이 학대… “아이 어떻게 믿고 맡기나”
입력 2018-07-19 18:27 수정 2018-07-19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