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외 거래를 전면 금지한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초 외국 선적 선박에 실려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민간 업체가 수입한 것이라고 하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를 누구보다도 앞장서 이행해야 할 우리나라가 허점을 노출한 것이어서 국제 사회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 수정본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실은 파나마 선적 선박이 지난해 10월 2일 인천항에, 시에라리온 선적 선박이 같은 달 10일 포항에 입항했다. 이 선박들에 실린 석탄은 그해 7월과 9월 사이 북한 선박 등이 원산과 청진에서 선적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하역한 것이다. 북한 석탄이 환적을 통해 러시아 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반입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북한산 광물을 거래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2731호 위반이다. 당시 우리 당국은 석탄이 하역된 뒤에 북한산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고 증거가 명확하지 않았으며, 불법 품목을 운반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억류와 검사,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안보리 결의 제2397호가 채택되기 전이라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관세청이 석탄을 수입한 민간업체를 상대로 부정 수익 혐의를 조사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9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산 석탄을 운반했던 선박들은 최근까지 우리나라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시에라리온 선적 선박은 지난 4일 부산항에 입항하는 등 16차례 더 한국을 찾았다. 파나마 선적 선박도 지난달 14일 울산항을 비롯해 6차례 더 국내에 입항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사실을 감춰오다 유엔 안보리 보고서와 언론 보도가 나오고서야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러니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남북, 북·미 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오가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빈틈없이 이행돼야 한다.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이는 대북 제재 해제나 완화도 없다는 걸 북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줘야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북한 석탄의 반입 여부에 대해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대북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할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지지부진한데도 남북 간 교류만 너무 앞서 추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비핵화 진전 없는 남북관계 개선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사설] 北 석탄 반입 선박 드나드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나
입력 2018-07-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