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은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를 하나로 묶는 성경적 원리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하나님께서 시작하고 완성하시는 일이다. 구원이라는 전적인 은혜를 받은 우리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한다. 구원이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 얻는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라는 사실을 깨닫는 성도라면 오직 하나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해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신학, 학문이 아닌 하나님 체험하는 지혜
우리는 오직 성경만이 최종적 권위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의 교만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은 우리 삶의 목적이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문답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 우리는 하나님만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분을 즐거워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온 천하 만물 가운데 홀로 거룩하고 영광 받으실 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온 천하 만물 가운데서 하나님의 자녀로 택하고 예정해 부르셨기 때문이다.
마르틴 루터는 중세교회의 ‘영광의 신학’을 비판했다. 중세교회는 하나님을 인간의 사변적 이성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인간이 하나님 영광의 본체를 있는 그대로 직접 파악할 수 있다고 여겼다.
루터의 생각은 달랐다. 루터는 하나님께서 그분 자신을 인간에게 계시해 주시지 않는다면 연약한 피조물인 인간은 무한하신 하나님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지혜에 더 가깝다”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지혜란 ‘경험적 지혜’ ‘체험적 지혜’를 말한다. 그가 말했던 신학은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삶 속에서 체험하는 것이다. 그 체험은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결국 고통과 시련 슬픔 절망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극복하는 체험적 신앙인 것이다.
인간 이성으론 하나님 영광 깨닫지 못해
인간은 하나님을 자기 힘으로 알아낼 수 없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주도권은 하나님을 찾고자 하는 인간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말씀을 통해 그분 자신을 알려주시는 하나님께 있다. 하나님께서 그분 자신을 우리에게 보여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 가장 분명한 계시는 성경이다. 그 계시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계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 가장 비천하게 여기는 십자가에서 죽으셨지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셔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셨다. 이것은 세상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복음의 신비다.
중세교회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말로 외쳤다. 하지만 인간 이성을 하나님보다 더 높임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훼손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인간의 사변적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터가 “인간의 이성으로는 하나님의 영광을 깨달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상 지혜를 찾는 헬라인이 보기에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 복음은 미련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곳인 십자가를 통해 그분의 무한히 크신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분의 가장 빛나는 영광이신 그리스도를 주셨다. 그래서 루터는 ‘십자가의 신학’만이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진리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 자신이 영광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분 자신의 영광을 창조와 섭리를 통해 드러내신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님은 그분 자신의 영광을 구원의 역사 속에서 보여주신다. 그러한 역사의 정점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나타내신다. 그리스도를 보는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을 본다.
십자가 기꺼이 지는 삶 살아야
하나님은 죄로 죽어 마땅한 우리 가운데 거하시기 위해 영광스러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은 성육신을 통해 성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셨다. 예수님은 탄생과 성장, 공생애 사역을 통해,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죄 사함의 은총을 주셨다. 그리고 부활 승천하셔서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 온 세상을 다스리신다. 예수님은 이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셔서 영화롭게 하셨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부활의 능력을 통해 온 세상에 보여주셨다. 그분이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만왕의 왕, 즉 주님이심을 온 세상에 선포한 것이다.
예수님은 성령을 통해 우리를 정결케 하시고 거룩하게 하심으로써 우리의 성화를 이루신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우리 성도들의 신앙과 삶을 통해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셨듯이 우리도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의 승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구원받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십자가와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한 영광의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면 우리는 장차 얻을 영광스러운 삶을 소망하면서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흔적 보여야 하나님께 영광
우리 신앙과 삶의 절대 기준은 하나님 말씀이다. 우리 자신의 불완전한 판단보다는 지혜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을 다스려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의 주권에 의탁하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온전히 돌릴 수 있다.
하나님은 온 세상의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온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구해야 한다. 예수님의 희생을 본받아야 한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해야 한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덮을 수 없는 것을 덮어야 한다.
이런 열매를 통해 그리스도의 흔적을 보이는 사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사람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이런 착한 행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그럴 때 세상은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장종현 목사 (백석대 총장)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한국교회에 생명력을] 구원은 오직 하나님께서 시작하고 완성하시는 일
입력 2018-07-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