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를 생태와 평화의 대학으로 변모시키겠습니다.”
임기 4년의 성공회대 총장으로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김기석(59) 신부는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김 신부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환경 분야 전문가로 불린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기에 성공회 교단과 대학 간 소통을 원활케 만들 적임자로도 꼽힌다.
김 신부는 학교 뒷산에 빗물 저장고를 만들어 그 물을 캠퍼스 내 숲과 공원으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캠퍼스를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생태적 감수성이 깃든 공간 속에서 학생들이 생태계의 특성인 ‘상호의존성’을 깨닫는다면 성공이다. 김 신부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영성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며 “기독교가 중시하는 영성이란 곧 ‘생명에 대한 경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의존성은 성공회의 핵심 가치인 평화로 이어진다. 김 신부는 “다양한 생각을 지닌 이들이 공존하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더불어숲’과 같은 모습이 성공회대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 가치를 교육과정에 담아내고 현장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대학과 교단이 이전보다 긴밀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게 하는 일도 김 신부에게 주어진 과제다.
김 신부는 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는 최근의 비판적 시각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그는 “교회는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대를 거치며 민족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며 “오늘날 목회자들이 성도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을 볼 때 지금과 같은 비난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사회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공회대가 지향하는 인권 평화 생태라는 가치는 한국사회와 교회가 함께 추구할 방향과 일치한다. 김 신부는 “성공회대가 그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사회 속에서 교회가 인정받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영국 버밍엄대에서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원래 학력은 ‘초졸’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 동안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검정고시로 중·고교 교육과정을 마쳤다. 그렇기에 어려운 학생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데 익숙하다. 2004년부터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다음세대를 이끌 사제를 꾸준히 길러냈다.
성공회대의 장점 하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김 신부의 대답은 “학생들이 착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사회 주민을 잘 섬긴다는 칭찬이 김 신부의 어깨너머로 들려온다고 했다. 학생들은 가족처럼 서로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연대감을 키운다. 이는 지난달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예비자율개선대학에 선정돼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데 큰 보탬이 됐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생태계 속 생명이 서로 의존하며 살듯 이웃 어우러진 ‘더불어숲’ 같은 교육 펼 것”
입력 2018-07-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