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속 생명이 서로 의존하며 살듯 이웃 어우러진 ‘더불어숲’ 같은 교육 펼 것”

입력 2018-07-23 00:01
김기석 차기 성공회대 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개인 연구실에서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제작한 환경보호 달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성공회대를 생태와 평화의 대학으로 변모시키겠습니다.”

임기 4년의 성공회대 총장으로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김기석(59) 신부는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김 신부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환경 분야 전문가로 불린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기에 성공회 교단과 대학 간 소통을 원활케 만들 적임자로도 꼽힌다.

김 신부는 학교 뒷산에 빗물 저장고를 만들어 그 물을 캠퍼스 내 숲과 공원으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캠퍼스를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생태적 감수성이 깃든 공간 속에서 학생들이 생태계의 특성인 ‘상호의존성’을 깨닫는다면 성공이다. 김 신부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영성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며 “기독교가 중시하는 영성이란 곧 ‘생명에 대한 경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의존성은 성공회의 핵심 가치인 평화로 이어진다. 김 신부는 “다양한 생각을 지닌 이들이 공존하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더불어숲’과 같은 모습이 성공회대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 가치를 교육과정에 담아내고 현장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대학과 교단이 이전보다 긴밀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게 하는 일도 김 신부에게 주어진 과제다.

김 신부는 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는 최근의 비판적 시각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그는 “교회는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대를 거치며 민족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며 “오늘날 목회자들이 성도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을 볼 때 지금과 같은 비난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사회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공회대가 지향하는 인권 평화 생태라는 가치는 한국사회와 교회가 함께 추구할 방향과 일치한다. 김 신부는 “성공회대가 그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사회 속에서 교회가 인정받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영국 버밍엄대에서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원래 학력은 ‘초졸’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 동안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검정고시로 중·고교 교육과정을 마쳤다. 그렇기에 어려운 학생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데 익숙하다. 2004년부터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다음세대를 이끌 사제를 꾸준히 길러냈다.

성공회대의 장점 하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김 신부의 대답은 “학생들이 착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사회 주민을 잘 섬긴다는 칭찬이 김 신부의 어깨너머로 들려온다고 했다. 학생들은 가족처럼 서로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연대감을 키운다. 이는 지난달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예비자율개선대학에 선정돼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데 큰 보탬이 됐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