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수출을 금지한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선박들이 최소 20여 차례 한국 항구를 드나들었지만 한 번도 억류되지 않았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VOA 방송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분석한 결과 ‘리치 글로리호’가 한국 항구에 16차례 입항했다고 전했다.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해 10월 포항에 북한산 석탄 5000여t을 하역하고 떠난 지 불과 한 달 만인 11월 포항을 다시 찾았다. 이후에도 묵호 울산 평택 인천항에 입항했다. 이 선박은 불과 2주 전인 지난 4일에도 부산항으로 들어왔다가 일본 해상으로 떠났다.
리치 글로리호는 한국을 드나드는 동안 억류 등의 제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3월 리치 글로리호를 불법 선박으로 공식 지목했다. 그러나 리치 글로리호는 이후로도 별다른 제재 없이 6차례 더 한국 항구에 입항했다.
금수 품목 이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나포, 검색, 억류하도록 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397호)가 지난해 12월 채택됐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일 인천항에 북한산 석탄 4000여t을 하역했던 ‘스카이 앤젤호’도 한국 항구에 6차례 더 입항했다. 스카이 앤젤호는 지난해 11월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낸 후 옥포 울산 평택항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이 선박 역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선박을 억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계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서 필요할 경우 처벌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VOA 방송은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해 우리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토고 선적의 ‘탤런트 에이스’호가 홍콩에 주소를 둔 중국 회사 소유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치 글로리호와 스카이 앤젤호 역시 모두 중국 다롄에 주소지를 둔 중국 회사 소속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北 석탄 선박 20여 차례 韓 항구 드나들었지만 억류는 ‘0’
입력 2018-07-19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