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린온 추락 참사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입력 2018-07-20 04:03
해병대가 공개한 마린온 헬기 사고 영상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 담겨 있다. 헬기는 활주로 이륙 후 4∼5초 동안 상승했다. 갑자기 프로펠러 날개 4개 중 1개가 분리됐고, 곧바로 나머지 프로펠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날개 잃은 동체는 추락했고, 불길에 휩싸였다. 해병대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프로펠러 날개가 통째로 뜯겨져 나간 건 처음이라고 한다. 고작 10m 상공에서 추락했는데도 대형 화재로 이어진 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상 헬기 추락사고 원인으론 조종사 과실과 노후화, 기체 결함 등이 거론된다. 이번 사고 헬기의 주 조종사는 비행시간 330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이었다. 추락 헬기는 지난 1월 인도돼 총 비행시간이 150시간에 불과하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은 2012년 말 전력화된 이후 여러 유형의 사고와 결함이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수리온이 전투용은커녕 헬기로서 비행 안전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기체 결함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군은 설계 및 기체 결함, 부품 불량은 물론 마린온으로의 개조까지 전 과정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군 관련 기관만의 조사로는 부족하다. 군이 기밀 등을 이유로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와대 대변인은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수리온의 해외 수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유가족 측이 지명하는 민간 전문가가 조사위원회 활동에 참여해야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수리온 계열 헬기 전반에 대해 안전성을 점검해봐야 한다. 방산 비리가 없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품 원가 부풀리기 등 방산 비리에 따른 기체 결함이 확인된다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마땅하다. 최단 기간 개발 우선인 한국형 무기개발 시스템도 전면 손질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