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씨의 초등생 아들은 소아당뇨를 앓고 있다. 합병증을 막으려면 치밀하게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밤중에도 자는 아이를 깨워 주스를 먹이곤 했는데 학교에 가고 나면 대책이 없었다. 연속혈당측정기가 필요했다. 몸에 부착하면 포도당 센서가 5분마다 혈당수치를 기록해준다. 국내에선 팔지 않아 해외 기업에 이메일을 보내 어렵게 구입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측정기에 블루투스 모듈을 장착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아들의 혈당수치가 실시간 전송되게 했다. 비슷한 처지의 부모에게도 이 방법을 알리고 해외 구매를 도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판매 및 제조 혐의였다.
검찰이 기소를 유예하긴 했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사례는 경직된 규제가 일상과 경제의 효율을 어떻게 저해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김씨 아이디어는 보건 당국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보급할 만한 거였는데 현행법은 그를 처벌토록 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김씨를 초청해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답답하다”며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한 지 3주 만에 직접 현장에 가면서 소아당뇨 환자 사례를 공직사회에 제시했다.
이에 복지부는 체외진단기 인허가를 80일 이내로 단축하고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올 초부터 추진해온 규제개혁의 가시적 조치를 비로소 하나 내놓게 됐다. 너무 느리다. 산업 곳곳에 김씨를 옭아맸던 비상식적 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에 규제개혁 건의만 38번이나 했는데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책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발상을 전환하면 진즉 할 수 있었다. 규제를 다루는 부처마다 김씨 사례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사설] 규제혁신 중요성 일깨운 소아당뇨 초등생 어머니
입력 2018-07-2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