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평균 지급액 112만원
대상자 소득 요건 대폭 완화, 30세 미만 단독가구도 포함
“최저임금과 무관” 밝혔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대체 의도
정부의 근로장려세제(EITC) 재설계는 ‘일을 해도 가난한’ 저소득층에게 파격적 지원을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저소득 근로자·사업자 가구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득 격차 해소, 소비 활성화 등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겉으로 부정하지만 EITC 확대로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대체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만든 것이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하지만 EITC가 소득 분배와 최저임금 문제 모두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5년 만에 근로장려금 지급을 위한 소득 요건을 대폭 완화한 EITC 개편 방안을 18일 확정했다. 내년부터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없는 단독 가구의 경우 지원 기준을 현재 연 소득 1300만원 미만에서 2000만원 미만으로, 가족이 있지만 혼자 버는 홑벌이 가구는 21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맞벌이 가구는 2500만원 미만에서 3600만원 미만으로 지원 대상을 넓혔다. 특히 단독 가구는 3분의 2에 달하는 독신·고령 가구의 근로 빈곤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소득요건을 ‘중위소득의 65% 수준’에서 ‘100% 수준’까지 대폭 완화했다. 재산 요건도 ‘1억4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바꿨다. 그동안 제외됐던 30세 미만 단독 가구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또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늘어난다. 단독 가구의 경우 최대 150만원, 홑벌이 가구는 최대 260만원, 맞벌이 가구는 최대 300만원으로 대폭 오른다. 최대 지급액을 다 받을 수 있는 소득 구간도 지금보다 2∼3배 넓어진다. 단독 가구의 경우 연 소득 400만∼900만원, 홑벌이 가구는 700만∼1400만원, 맞벌이 가구는 800만∼1700만원으로 확대된다.
내년 근로장려금 수혜 대상은 334만 가구로 올해보다 배로 늘어난다. 가구당 평균지급액도 72만3000원에서 112만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EITC 확대방안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EITC와 최저임금 인상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치권은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에 따른 보완적 성격을 강조한다. EITC 확대를 통해 내년까지 한시 운영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대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EITC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어렵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급 대상은 근로자이지만 EITC는 가구다. EITC 지급 대상에 일하지 않는 저소득층은 빠진다. 무직자 가구의 빈곤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기에다 여느 복지제도처럼 EITC도 한번 늘리면 줄이기 힘들다. 재정 부담과 부정수급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1년에 한 번 주던 것을 두 번에 나눠 주기로 하면서 지급 방식이 복잡해지고 사후정산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근로장려금 사후정산 과정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처럼 갈등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근로장려금 2배↑… ‘일해도 가난한’ 저소득층 파격 지원
입력 2018-07-18 18:07 수정 2018-07-18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