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7>] 걸음마 연습하는 16세… “치유 손길은 언제”

입력 2018-07-19 00:01
최승현군(뇌병변장애 1급)과 어머니 이정례씨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다세대주택에서 마주보며 웃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이정례씨가 아들의 걸음마 연습을 위해 양쪽 종아리에 모래주머니를 부착해주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다세대주택. 안으로 들어서자 앳돼 보이는 소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음마를 연습하고 있었다. 엄마에게 안긴 채 까치발로 걸음을 내딛는 소년의 양쪽 종아리엔 두툼한 모래주머니가 2개씩 달려 있었다. 최승현(16·뇌병변장애 1급)군과 어머니 이정례(48)씨가 매주 월요일 맞는 일상이다.

“승현이는 근육 수축이 심해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아요. 스스로 힘을 못 주니까 모래주머니로 하반신의 무게를 늘려 조금이나마 힘이 실리게 하는 거죠.”

엄마는 월요일마다 승현이의 재활치료사가 된다. 지체장애 교육기관에 다니는 승현이가 월요일엔 학교 수업 대신 집에서 치료받기 때문이다. 전문 의료기관에서 매일 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가정형편상 엄두가 나질 않는다. 두 평 남짓한 방에 모퉁이가 해진 얇은 장판이 깔린 공간이 모자의 치료실이다. 폭염의 기세가 집 안까지 몰아친 탓에 엄마와 아들은 몇 걸음 만에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승현이는 태어난 날부터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출산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장이 썩어 들어가는 ‘괴사성 장염’이 발생했고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2개월 넘도록 소장과 대장을 몸 밖에 꺼낸 채 인공항문(장루)을 달고 살아야 했다. 생후 100일 만에 대소장절제수술을 받고서야 병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는 의료진의 소견이 무색하게 승현이는 좀체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수술 후 몇 개월 지나면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했는데 2∼3년이 지나도 기거나 앉기는커녕 옹알이도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 출생 후 수술과 입원비, 보험 적용도 안 되는 약값 등으로 1억원 넘게 빚을 지고 있던 터라 제대로 된 검진 한번 해보질 못했습니다. 출석하던 교회의 한 성도가 후원해 주셔서 정밀검사를 했는데 뇌병변 장애라고 하더군요. 승현이한테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버지 최윤영(46)씨의 이야기다. 그는 아들을 향한 미안함에 말끝을 흐렸다. 최씨는 생계를 위해 택배로 쌀 옮기는 일을 하면서 허리디스크가 생겨 제대로 눕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허리가 성치 않은 건 어머니 이씨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승현이를 안은 채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관절마다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에도 이씨는 일요일마다 걸어서 40분 가까이 걸리는 교회에 아들을 업고 오가며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었다. 그는 “학교 가는 길목엔 휠체어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데 교회에 갈 땐 곳곳에 계단이 너무 많아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다”며 “택시 탈 형편이 안 돼 몸은 좀 힘들지만 예배를 통해 승현이와 함께 받는 은혜를 생각하면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택배 일로 버는 월 120만원이 승현이네 수입의 전부다. 기초생활수급비(20만원)와 장애수당(20만원)이 들어오지만 승현이의 물리·언어치료비를 부담하며 여섯 식구가 살림을 꾸려 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씨는 “몇 년 사이 승현이 다리에 부쩍 힘이 붙었다는 재활치료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형편 때문에 더 치료받게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치유의 손길이 승현이의 몸 곳곳에 퍼져 일어나 걸으며 가족의 이름을 부를 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6회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6월 20일∼2018년 7월 17일/ 단위: 원)

△조원제 김한경 김전곤 김병윤(하람산업) 조동환 정영자 10만 △이윤정 조현옥 최영배 박선영 연용제 임창태 유현옥 5만 △신영희 이관우 이영희 박성규 김진수 이유경 한승우 김덕수 3만 △김진일 김애선 1만 △권종선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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