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보다 더 길고 독한 폭염 덮치나

입력 2018-07-19 04:01
한 어린이가 18일 서울 여의도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에서 흐르는 물 위에 누워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은 34도, 대구는 37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계속됐다. 이병주 기자
티베트서 온 고온건조한 공기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위아래서 한꺼번에 한반도 달궈
장마 일찍 끝나 극단적 찜통더위… 태풍 늦어지면 최악 무더위 될 듯


‘낮엔 찜통더위, 밤엔 열대야.’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난 후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티베트고원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만나 ‘열돔(Heat Dome)’을 만들면서 일주일 이상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 발생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자칫 역대 최악의 무더위로 꼽히는 1994년 여름보다도 더 길고 지독한 폭염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소 28일까지는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1일부터 전국적으로 33도 이상 기온이 오르면서 지역마다 폭염경보나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다. 특히나 대구·경북 등에는 앞으로도 사람 체온을 넘어서는 37∼38도에 이르는 극단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더위는 장마가 평년보다 한참 일찍 물러가면서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이번 장마는 지난달 19일 제주도에서 시작돼 지난 11일에 중부지방에서 종료됐다. 73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이른 시기다. 기간으로 따지면 평년보다 11∼16일 짧았다. 고온다습한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서쪽 방향으로 향하면서 장마전선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간 영향이다.

고온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대륙에서부터 당도한 것도 더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 티베트고기압이, 하층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머무르면서 뜨거운 두 기압이 대기를 한꺼번에 덥히는 중이다. 여기에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끝도 없이 계속되면서 기온은 자연스레 오르고 있다.

예년처럼 태풍이 더위를 씻어 내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앞서 한반도 사상 최악의 무더위로 꼽히는 94년에는 8월 말 들어서야 가을 태풍이 한반도로 오면서 무더위를 벗겨낸 바 있다. 당시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31.1일이었다. 이번 여름에는 장마가 일찍 끝나버린 탓에 태풍 가능성이 높은 기간까지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는 “확률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기압이 배치된 상태에서는 태풍이 한반도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폭염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가 633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특히 12일부터 16일까지 전국 500여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된 온열질환 환자가 이 중 절반을 넘는 368명에 달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폭염 관련 구급 활동이 17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조효석 김남중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