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대선 개입 결론 수용”… 말 바꾼 트럼프

입력 2018-07-18 18:16
한 여성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차르(러시아 황제)를 연상시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기 모습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안고 있는 그림을 들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핀란드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 당일인 16일에 이어 이틀째 항의시위를 벌였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면전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해 ‘저자세 외교’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시간 만에 말을 주워 담았다. 공화당은 물론 친(親)트럼프 인사들까지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내자 ‘실언’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를 공개적으로 시인한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해명조차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비난 여론이 조기에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회동 전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러 정상회담 발언 중) 분명히 해명할 게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선 개입을) 했다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 “원래 하려던 말은 ‘러시아가 (대선 개입을) 안 했다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였다. 일종의 이중부정이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있었다는 우리 정보기관의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해명 회견을 자청한 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설득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CNN방송은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사임을 만류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코츠 국장은 전날 미·러 정상 공동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명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또다시 말실수를 저질러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사전에 준비해 온 원고를 읽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러시아 외에)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대본에도 없는 말을 ‘애드리브’로 했다. 러시아 말고도 중국 등 다른 나라 역시 미국 대선에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CNN은 이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여전히 믿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실책을 이슈화하고 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만약 우리가 다수당이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고 단호하게 미국의 안보를 수호했을 것”이라며 “지금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비난 여론이 언론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은 위대한 성공이었다. 가짜뉴스 매체들만 그걸 모른다”고 썼다. 공화당 의원들도 언론 탓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랠프 노먼 공화당 하원의원은 “언론이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을 보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