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에 당할 수 없다” 美 배제한 FTA 체결 잇따라

입력 2018-07-18 18:47
17일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유럽연합의 융커 집행위원장(왼쪽) 및 투스크 정상회의상임의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흡족한 표정으로 서로 다독이며 자리를 뜨고 있다. AP뉴시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손을 잡는 등 세계 주요국이 미국을 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수출을 미국에 상당부분 의존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으킨 글로벌 관세전쟁을 계기로 무역구조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일본과 EU는 17일 도쿄에서 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을 맺었다. 내년 3월 발효되는 이번 협정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 무역 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인구 6억명이 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자유무역권이 탄생하게 됐다.

일본과 EU는 공동성명을 통해 “EPA 서명은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8일 “이번 협정을 통해 일본은 약 94%, EU는 약 99%의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자동차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 발효와 함께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92% 관세가 철폐되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10% 관세는 8년에 걸쳐 0%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일본산 전기·전자제품 관세도 없어진다. EU는 협정 발표와 함께 와인 관세가 철폐되는 등 농수산물과 광물 분야에서 혜택을 보게 된다. 2011년 한·EU FTA를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아오며 유럽 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 및 전자제품과 경쟁했던 한국으로선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 18∼19일 열리는 관련국 회의에서는 참가국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이 빠졌지만 참가국 확대를 통해 협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중국 주도로 한국 인도 아세안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역시 연말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한 중국은 연내 이스라엘 스리랑카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과 FTA 협정 또는 FTA 개정 협상을 추진한다. 이외에 팔레스타인 몽골 스위스 페루 등과는 FTA 협정 준비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EU 역시 지난달부터 호주 뉴질랜드와 FTA 협상에 착수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과 무역협상도 진행 중이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4개국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과 무역협상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는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미국을 둘러싸는 거대한 자유무역권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