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날개 달아줍니다

입력 2018-07-20 17:39
경기도 수원 중앙교회 청년들이 최근 청년창업을 위한 공간인 ‘예닮공감’에서 이 교회 고명진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 중앙교회 제공
함께하는교회예수마을의 장승익 목사(왼쪽)와 청년부 담당 교역자인 이파람 부목사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교회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학자금대출과 취업난 등 어느 때보다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청년에게 교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교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으로 청년을 섬긴다면 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건강한 주역으로 세워질 것이다. 청년의 주거비 및 학자금, 자립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는 세 교회를 들여다본다.

월세로 고민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기금 프로젝트’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길성운 목사)의 올해 표어는 ‘신실한 제자되어 도시의 아픔을 치유하는 교회’이다. 이 교회는 평소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등을 섬기는 다양한 사역을 해오고 있다. 올해엔 청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을 돌보는 사역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청년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교회 청년부는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했고(7면 참조) 청년들이 주거비와 학자금대출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했다.

청년부 담당 사역자인 김문진 강도사는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들의 학업과 신앙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교회는 2012년부터 운영한 ‘예그리나’ 카페에서 얻은 수익금을 청년기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청년 주거지원을 위한 청년(청년+희년) 기금 프로젝트’다. 그동안 카페 수익은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와 사립대 등 지역사회를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됐다.

교회는 올해 3∼4분기 20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기금을 지원받으려면 교회의 교인 자격 및 청년위원회 회원 자격을 모두 갖춰야 한다. 주거비뿐 아니라 다른 용도(학자금 등)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지원금 수령 후 지원금의 사용 여부를 담당 교역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신청자는 지원 금액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갚고 교회는 신청자에게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길성운 목사는 “교회의 본질은 지역 사회를 위해 존재하고 하나님 나라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인재를 기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청년기금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매일 아침 지역 학생에게 무료 아침을 제공하는 ‘새벽만나’와 동일한 선상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기금 액수를 늘리고 학사관 등 청년의 주거 공간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꿈과 희망의 공간 ‘예닮공감’

경기도 수원 팔달구 중앙교회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청년자립과 창업지원을 위한 공간인 ‘예닮공감’이 그것이다.

예닮공감은 2016년 가을 설치됐다. 이 교회 고명진 목사가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취업난, 월세 부담 등으로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이 많다는 뉴스가 사회면을 장식할 때였다. 고 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은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이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교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교회 건너편 건물을 임차해 예닮공감을 만들었지요.”

예닮공감은 2개층으로, 264㎡ 규모다. 1개층은 카페이고 다른 층은 창업지원센터다.

카페는 청년이 운영한다. 교회는 카페 안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했다. 청년이 노하우를 쌓고 실력을 길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가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창업지원센터는 창업하려는 청년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사무실 5개를 만들었다. 월 1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현재 사무실 2개만 임대하고 있는데, 청년의 창업 열기나 환경이 열악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게 고 목사의 생각이다.

고 목사는 “아직 성과를 냈다고 말하긴 부끄럽다”면서 “하지만 이런 작은 시도가 청년에게 격려가 되고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라고 했다.

예닮공감은 최근 재정이 탄탄해졌다. 고 목사를 비롯한 교인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청년부는 해마다 ‘직장 소명 콘퍼런스’를 연다. 성공한 사업가나 유명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토론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와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 목사는 “어려움을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은 여러분을 통해 역사를 바꾸실 것이다. 교회는 이런 청년을 지지하고 후원할 것”이라고 했다.

급할 때 SOS 칠 수 있는 ‘희년마을기금’

서울 관악구 봉천동 언덕배기에 있는 함께하는교회예수마을(장승익 목사)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청년을 긴급 지원하는 ‘희년마을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교회는 청년부 소속 누구라도 SOS를 쳐 오면 한 달 50만원(1년 600만원) 한도 내에서 즉시 기금을 지원한다. 심사는 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청년을 믿는 셈이다. 이자도 없다. 지원금을 상환하라고 독촉하거나 눈치를 주지도 않는다.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지도 따로 정하지 않아 사실상 무상지원이다.

지난 9일 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장승익 목사와 청년부 담당 교역자인 이파람 부목사는 교회 어르신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기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장 목사는 “청년의 취업난이 심각한데도 정작 청년이 식비나 주거비를 마련하느라 제대로 취업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아우성을 여기저기서 들었다”면서 “교회 어른이 나서서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고 제안해 왔다”고 했다.

기금은 ‘희년’을 추구하는 장 목사의 목회철학과 맞아떨어졌다. 장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행한 모든 일을 구체적으로 따라 행하는 것이 바로 희년의 정신”이라면서 “예수를 바라보며 예수의 길을 그대로 걷자는 뜻에서 희년마을기금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는 2016년 11월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를 열었다. 그 수익에 후원금을 더해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그해 12월부터 기금 신청을 받았다. 지금까지 10여명의 청년이 도움을 받았다. 기금운영은 자율에 맡겼다.

이 부목사는 “청년이 자발적으로 토론을 통해 정관을 만들거나 개정한다”면서 “후원현황 등 기금운용 내용은 정기총회 및 가족회의에서 보고한다”고 했다. 장 목사는 “젊은 성도를 신뢰하며 쌓은 믿음의 공동체야말로 청년도 살리고 교회도 살리는 정답”이라고 자신했다.

유영대 김상기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